21일 오후3시 인천 중구항동 연안부두 제1 국제여객터미널 출ㆍ입국장. 20여일 전까지만 해도중국에서 출항한 여객선이 도착하면 보따리장수들로 북적이던 국제여객터미널이 어쩐지 썰렁해 보인다.여객선에서 내린 여행객(보따리장수) 300여명이 커다란 가방 2~3개와 농산물 꾸러미를 앞에 놓고 세관검사를 기다리고 있지만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세관원들은 꾸러미들을 살펴본 뒤 휴대물품의 양을 재는 저울 눈금이 60㎏에 이르자 10㎏을 압수 조치했다.
한중 민간교역의 첨병으로 불리는 ‘보따리상’이 수난을 맞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이 국내농산물 보호를 위해 휴대물품의 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보따리상들이 사라지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여행객들의 휴대물품 반입 허용규모는 지난해 6월 80㎏에서 60㎏로 줄어든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50㎏까지 축소됐다.
세관은 그동안 가방무게와 포장재료 등을 감안, 10~15㎏정도 초과한 물품의 통관을 허용했으나 지난 1일부터 휴대물품 총양 허가 기준 50㎏을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
초과 물품은 현장에서 압수한다. 내년부터는 품목당 5㎏로 중국산 농산물 반입을 더욱 규제할 방침이다.
통관검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여객선을 이용해 한중을 오가던 보따리상들은 임금비는 커녕 교통비도못건진다며 중국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인천항을 통한 출입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어든 33만8,841명으로 집계됐으나 통관강화조치가 시행된 이달초부터 이용객이 무려 41%나 급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보따리상들이 중국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관련당국은 여객선 이용객의 90%정도를 보따리상으로 보고 있다.
한중을 오가는 보따리상은 9월말 현재 대략 1,300~1,400여명선. 지난해 중반의 2,500~3,000명선에 비하면 이미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통관 강화조치로 보따리상은 빠르게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3년째 중국 농산물을 들여온 김(43)모씨는 “같이 중국을 오가던 6명의 동업자중에서 이제 혼자 남았다”면서 “50㎏ 통과 기준이 계속되면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는 꼴이어서 이 짓도 그만둘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관의 통관 강화에 대한 반대의견도 없지 않다. 무역협회와 관련업계들은 민간교역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보따리상에 대한 규제강화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인규(金仁圭) 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장은 “보따리상은 중국시장 개척 등에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중국과 적극적인 교역측면에서 보따리무역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관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보따리상들의 무분별한 중국산 농산물 유입으로 국내농민들의 소득 격감 등 피해가 가중되고 있어 휴대품목 단속강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관측은 “고추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보따리상들이 마구잡이로 들여와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보따리상이 생계차원을 넘어 대량화, 기업화하고 있어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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