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근처로 들어오는 볼을 반대방향으로 밀어내는 것은 테니스 코트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는 라켓 대신 배트를 들고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다.’ 뉴욕 타임스 버스터 올니 기자가 메이저리그 정규리그가 한 창 일 때 스즈키 이치로(28ㆍ시애틀 매리너스)에 대해 내렸던 평가다.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뽑힌 다음 “만장일치를 기대했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던 이치로는 21일(한국시간) 실시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미국야구취재기자협회 투표단 28명 중 1위표 11개(14점), 2위표 10개(10점) 등 총 289점을 얻어 제이슨 지암비(281점ㆍ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일본 퍼시픽리그 MVP에 3차례 올랐던 이치로는 “일본에서 아무리 상을 많이 받았어도 자신감이 이렇게 컸던 적은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9년 동안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었던 이치로는 올 해 태평양을 건너와 천부적인 균형 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역대 신인 최다안타기록(242개) 경신, 1949년 재키 로빈슨 이후 첫 타격(0.350)ㆍ도루(56개) 부문 동시 석권, 64년 토니 올리바 이후 첫 루키 수위타자 등 기록행진을 이어갔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받은 것은 76년 프레드 린(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신인왕으로 보너스 7만5,000달러를 챙긴 이치로는 MVP로 15만 달러를 더 벌어들였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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