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여성 보컬 김윤아(27)가 첫 솔로 음반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네 미소의 그늘)’과 함께 동명의 책을 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자우림으로 활동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들어졌던 고정된 이미지를 뒤집어 보고 싶어서 만든 음반과 제목”이라고 김윤아는 말한다.
97년 데뷔해 ‘헤이헤이 헤이’ ‘밀랍 천사’ ‘매직카펫 라이드’ 등 발표하는 노래마다 강한 색깔과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선보였던 그였다.
사람들은 그런 김윤아에게 “섹시하다.” “튄다.” “드세다.” “도발적이다.” 등등의 수식어를 달아주었다.
그 자신도 무대에서는 밴드와 음악에 맞춰 의도적으로 ‘연기’를 했다.
하지만 김윤아는 이제까지의 모습의 자신의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오히려 실제의 인간 김윤아는 “어둡고 불안하며 우울하다”고 말한다.
질문을 유심히 듣고 있다 재빨리 답을 하고 이따금 유쾌하게 깔깔 대는 모습 사이로 정말 자기 방어의 벽을 견고하게 둘러친 ‘얼음 공주’의 느낌이 났다.
지난 여름 글레이와 함께 했던 일본후쿠오카 공연에서 객석을 들었다 놓았다 하던 ‘불꽃 여왕’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음반도 자우림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도발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피아노와 현, 그리고 김윤아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 서정적이다.
뉴 에이지 분위기도 생각보다 강하다. 김윤아의 말은 빌면 “슬픈과거를 지닌 미인” 같은 음반이라고 한다.
“다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노래들이예요. 자우림 식의 노래를 하다 보면 유난히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져요. 물론 그 반대이기도 하지만요.”
다분히 의도적인 반작용인 셈이다. 하지만 노랫말은 자우림과 맥을 같이 한다. 젊은 뮤지션 중에서 남달리 노랫말을 중시해 온 그가 이번에도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주제는 의사소통의 부재.
타이틀 곡인 ‘담’과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낭만적인 음악과는 달리 어긋나는 남녀를 친동생 김윤일과 함께 부른 ‘블루 크리스마스’,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동시에 노래하는 ‘Tango of 2’가 특히 그렇다.
“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온전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쓴 노래말”이라고 한다.
그에게는 사랑도 온전한 의사소통을 뜻한다. 그러니 사랑에 냉담할 수 밖에. 시간에 쫓겨 어렵게 낸 책에도 그런 시선이 담겨 있다.
언제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죽음, 그가 중독되었던 것들, 그리고 그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있다.
어떻게 보면 노래말 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우림은 어떻게 되나. 그의 이름이 자우림인 줄 아는 사람도 많다던데.
“쉽게 해체할 수 없죠. 보다 실력 있는 밴드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고, 제가 첫번째 주자일 뿐이라구요.”
12월26~29일 솔로 공연 끝나면 내년 여름에 나올 자우림 새 음반 녹음에 들어간다. 틈틈이 일본에서의 신보 작업도 할 예정.
자우림 얘기가 나오자 눈꼬리가 내려가며 행복한 표정이 된다. 정말 알수 없는 여자다.
자우림 때와 전혀 다른 이미지의 김윤아.섬진 강가에서 찍었다.
/김지영기자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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