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교원노조와 학생 등 이해집단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이들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당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매번 교원단체 등의 주장에 끌려다닌다”, “투쟁한다고 바꿔줄 정책이라면 미리 제대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등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상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선학교 교장ㆍ교감들은 21일 교육부가 그동안 금지해온 교원노조의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할 방침을 밝힌데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비판의 핵심은 현실적으로 근무시간 중 ‘연수’를 하는지, 조합원 교육을 하는지 가릴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일선 교장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
서울 D중 교장은 “교육부가 총파업 저지 등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고 ‘학습을 위한 연수’라는 명목으로 교내 노조 활동을 허용, 교단의 황폐화를 부채질하게 됐다”고 분개했다.
학부모 최모(41)씨는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이 허용될 경우 자칫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전교조 총파업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용방침을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간의 편가르기와 이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및 교육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울 S중 교장은 “음식점만 가도 교원노조 별로 따로 어울리는 판인데 앞으로는 교사들간의 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호(李秀浩) 전교조 위원장은 “교내 노조활동은 교장선생과 협의하에 이뤄질 것”이라며 “학생들의 수업이 끝난 뒤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고 비노조원에게도 연수활동을 개방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과정심의회’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부나 일선 시ㆍ도교육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7차 교육과정 준비에 이상이 없다”며 누차 강조해 왔고, 내년부터 고교에까지 확대 시행된다는 점에서 혼란만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K고 교장은 “당장 내년부터 고교 1학년에도 시행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보완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특정 과목교사 살리기에 이용되거나 제7차 교육과정의 핵심인 ‘선택’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초등교원 충원을 위해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 4,000여명을 교육대에 1년~1년6개월간 편입, 일정학점을 이수한 뒤 초등교원으로 임용하는 ‘교대학점제’를 시행하려다 교육대생들과 교원단체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결국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 2,500여명을 교대에 특별편입학하는 방침으로 대폭 물러섰다. 하지만 교대생들의 반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7월20일 의욕적으로 발표한 교육여건 개선사업도 전교조 등으로부터 2005년까지 시행을 미루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교원성과상여금은 내년부터 수당형식으로 지급키로 하는 등 이미 백기를 들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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