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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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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산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겨울에는 발길이 뜸했던 탓이겠죠. 그래서 눈꽃의 종류를 알고는 참 신기했습니다.

눈꽃에는 설화(雪花), 상고대, 빙화(氷花)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것이 설화입니다. 말 그대로 눈이 나무나 풀에 쌓인 것입니다. 가지를 흔들면 떨어지죠.

상고대는 설명이 조금 복잡합니다. 일종의 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나무나 풀에 눈처럼 내린 서리’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머금은 습기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얼거나, 산꼭대기 같은 찬 곳에 구름이 스쳐가다가 얼어붙은 것입니다.

결이 있고 단단하게 붙어 있어 가지를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 키가 자라기도 합니다.

‘상고대’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것 같지만 한자어가 아닌 순 우리말입니다.

빙화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그대로 얼어버린 얼음입니다.

가지 끝에 매달린 빙화가 햇살을 받으면 영롱하게 빛을 뿜습니다. 그래서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빙화를 찾아 온 천지를 헤매기도 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내렸습니다. 주로 길 위에서 살기는 하지만 겨울을 지내며 자동차 체인을 3개나 끊어 먹은 것은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아예 전용체인과 보조체인 두 세트를 차에 싣고 다녔죠. 산길에서 헛바퀴를 돌리며 애를 태울 때, 집을 오르는 언덕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때,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눈을 바라볼 때 눈은 더 이상 낭만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웬수’였습니다. 봄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하얀 상고대를 만났습니다. 기분이 어땠느냐고요? 지난 겨울의 악몽이 떠올랐느냐고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반가웠습니다. 본격적인 눈도 아닌데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였습니다. 지난 겨울의 눈에 대한 기억은 멀리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세월과 인간의 마음. 새삼스레 그 묘한 함수관계를 떠올렸습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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