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서 수도 카불로 취재차 가던 중 살해된 기자 4명은 탈레반 패퇴 이후 무법 천지로 변한 혼돈 상황에서 탈레반 병사를 가장한 강도에 의해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워싱턴 포스트 등은 20일 외국 기자 12명을 태운 8대의 차량 행렬이 이날 정오께 카불에서 동쪽으로 90㎞ 떨어진 낭가하르주의 후미진산악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선두 차량 2대가 무장 괴한 6명에게 저지당한 뒤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 등 4명의 기자가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의 호주인 TV 카메라 기자 해리 버튼과 아프간 현지인 사진기자 아지줄라 하이다르 등 2명의 기자를 태웠던 택시 기사 투리알리는 행렬의 선두를 달리던 차량 3대가 바위가 많은 언덕길을 올라가던 참에 갑자기 나타난 6명의 무장 괴한들이 길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머리덮개를 한 아프간 전통 복장에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휴대하고 있던 괴한들은 “탈레반군과 북부 동맹군이 교전을 하고 있다”며 차량을 정지시켰다.
마침 카불쪽에서 오던 길 건너편의 버스 기사가 “길은 안전하다”며 말을 건넸고 알리는 강도라는 생각이 들어 차를 출발시키려 했으나 저지당했다.3대중 한 대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달아나는데 성공, 무사히 카불에 도착했다.
괴한들은 두 기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강제로 산으로 끌고 가다기자들이 “놓아 달라“며 버티자 돌을 던지고 총으로 구타하며 산쪽으로 데려 갔다.
차에 남아있던 알리와 통역 모하메드 파루크는 총성이 3~4차례들리기 시작하자 차를 몰아 잘랄라바드 방향으로 달아났다.
알리는 괴한들이 파슈툰어 사투리를 썼다고 말했다. 뒤따라 오던 외국 기자들은 도망친 택시기사들로부터 위급한 상황임을 전해 듣고 황급히 방향을 돌려 잘랄라바드로 귀환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마리아 그라지아 쿠투리(39ㆍ여) 기자와 스페인 일간 엘 문도의 훌리오 푸엔테스 기자를 태웠던 아프간인택시 기사 아시쿠알라는 괴한들이 이 기자들을 총살하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목격했다고 말했다.
올 초 바미얀 석불 파괴사건을 취재했던 쿠투리 기자는피살 하루전인 18일 잘랄라바드 근교의 알 카에다 캠프에서 신경가스인 ‘사린’을 발견, 특종을 했었다.
아시쿠알라는 괴한들이 “탈레반은 가지 않았다.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며 스스로를 탈레반 전사들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일 병력을 파견,시신을 수습한압둘 쿠디르 낭기하르주 주지사는 강도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아사히와 후지 TV 기자들도 이 차량 행렬에 있었으며 이들도 인공위성 전화와 카메라 등을 빼았겼으나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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