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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대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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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대의 노예

입력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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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비 정권 시절 테헤란은 '동양의 파리'라 불렸다.해발 1200~1500m 고지에 자리한 이 고원도시는 서울 도쿄 같은 데서 볼 수 없는 호화판 유흥업소와진귀한 사치품 가게들이 넘쳐 나는 환락의 도시였다.

그러나 회교혁명 이후 그곳은 갑자기 암흑의 도시로 변했다.

남자들은 술을 마실 수가 없고, 여자들은 화장을 할 수가 없었다. 여자들에게 무엇보다 큰 고통은 차도르를 둘러쓰고 다녀야 하는 것이었다.

더위를 피할 수 없는 고통보다, 아름다운 얼굴을 숨겨야 하는 고통은 가혹한 형벌이었다.

■암실의 커튼처럼 검고 투박한 천을 어깨까지 둘러쓰는 차도르를 착용하지 않다가 비밀경찰에 적발되면 즉시 연행되어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물론 화장한 얼굴이 발각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들도 술 취해 길을 다니다가는 낭패를 당하곤 했다. 그 큰 도시에 술집 한 곳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암시장이 아니고는 소주 한 병 구할 수가 없는 이상한 도시였다.

술에 취하고, 특히 이성간의 사랑을 즐기는 것은 이슬람 율법의 가장 큰 타기라고 했다.

이란ㆍ이라크 전쟁 직후 취재 갔을 때 보고들은 일들이다.

■그 것을 현대 전제정치의 전형으로 여겨왔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졌다.

텔레반정권이 패주한 뒤 속속 드러나는 아프간 국민의 생활상은 노예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TV 방송 중단과 함께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동결되고, 영화관도 폐쇄돼 국민은 갑자기 캄캄한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모든 남성은 수염을 10㎝ 이상 길러야 하고, 여성은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늘어뜨리는 부르카 착용이 의무화했다.

카불 함락후 턱수염 깎는 면도사가 대목을 만났다는 뉴스가 그간의 사회 분위기를 대변한다.

■ '여성에 대한 전쟁'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여성차별과 억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8세 이상 여아 교육을 금지하는 우민정책은 여자대학 폐쇄라는 전대미문의 폭거를 초래했다.

여성은 모든 직장에서 추방되어 창에 커튼을 치고 살아야 했고, 걸을 때 소리 나는 신발도 신을 수 없었다.

남자친척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의 외출이 금지되었다는 대목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앞으로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이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고 거리에 나온 카불 여성의 말에서 테러전쟁의 양지를 처음 보게 된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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