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9년 11월21일 영국의 금융업자 토머스 그레셤이 60세로 작고했다.런던태생의 그레셤은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뒤 에드워드 6세와 엘리자베스1세의 재정 고문으로 일했고, 뒤에는 네덜란드 주재 영국 대사를 지냈다. 그는 왕립 증권거래소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레셤이라는 이름은 19세기 중반 마크로드가 명명한 ‘그레셤의 법칙’ 때문에 유명해졌다. 1558년 그레셤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악화는양화를 구축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것이 화폐 유통에 관한 그레셤의 법칙이다.
한 사회 안에서 귀금속으로서 값어치가 큰 화폐(예컨대 금화)와 그 값어치가 작은 화폐(예컨대 은화)가 동일한 화폐가치를 지니고 유통되는 경우, 귀금속 가치가 작은 화폐는 가치가 큰 화폐를 유통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신용화폐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이 법칙이 역사적 의미밖에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레셤의 법칙은 하나의 은유로서 경제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느슨하게 적용돼 거론된다.
예컨대 정치권을 포함한 어떤 조직에서 올곧고 직업적으로 유능한 사람이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경우를 드물지않게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도 그레셤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있다.
경영학자 사이먼은 이 그레셤의 법칙을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 분야에 적용해 ‘계획의그레셤 법칙’이라는 것을 확립했다.
계획의 그레셤 법칙이란 경영관리자가 정형적 결정 책임과 혁신적 결정책임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때, 일상적인 정형적 문제 처리에 쫓기다가 기업의 환경 적응을 꾀하고 장기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적ㆍ전략적 결정을놓치거나 미루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왜 개혁이 그리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이 되기도 한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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