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탈레반’ 의 차기 수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자히르 샤(87) 전 아프간 국왕은 18일 망명지인 이탈리아 로마인근 자택에서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와의 회견을 통해 “조국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왕이란 신분을 고집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 샤 전 국왕과의회견은 9ㆍ11 테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그는 “파슈툰족을 포함, 우즈벡, 타지크 등 모든 종족이 차기 정부에 폭 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부동맹이 수도 카불에 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고 비판하면서 “종족간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프간은 또다시 피의 악순환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슈라(부족장회의)’ 의 한 일원으로 차기정부 구성 논의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이날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이“샤 전 국왕은 새 정부의 수반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이 돼야 한다” 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해 주목된다.
그는 “27개 주(州) 군벌들로부터귀국시기 등을 묻는 전화가 폭주해 각 사령관 만을 위한 별도의 전화를 개설해 놓고 있다” 며 “서방의 꼭두각시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강조했다.
샤 전 국왕은 재임 시절인 1933~73년 동안 여성들의 미니 스커트착용과 화장 등을 허용하고 자신도 탈레반 정권이 금지했던 사진촬영, 음악감상 등을 즐기는 등 개방적인 정책을 폈으나, 지나치게 서구편향적이라는비난을 받기도 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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