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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카쇼무라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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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카쇼무라가 사는 법

입력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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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섬의 북단에 위치한 로카쇼무라는 한반도의 신의주와 위도가 같다.벌써 야산은 하얗게 눈이 덮였고, 인근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뜨고 내리는 미 공군기들의 훈련비행 폭음으로 북방의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진하게 풍겼다.

습한 바람이 불고 겨울이 긴 이 곳엔 마와 당근 등 근채류가 자랄 뿐 곡물은 잘 자라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척박하게 살아온 이곳 사람들은 긴 겨울동안 도쿄등 남쪽 대도시로 가서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태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로카쇼무라가 근래 활기를 띠고 있다.

그 이유는 어느 지역도 환영하지 않는 일본의 핵폐기물 처리장을 주민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치시설은 폐기장외에 우라늄농축공장 재처리공장 등 일종의 거대한 핵에너지 단지를 이루고 있다. 로카쇼무라는 이 시설을 통해 70%의 재정수입과 더불어 수많은 일자리를 얻고 있다. 로카쇼무라는 그린피스등 세계 환경단체의 반핵운동으로 유명해졌지만, 일자리를 찾아 주민수는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과 그 배후도시는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충격 속에 빠져있다.

이름도 생경한 뉴라운드 때문에 당장 쌀수매가를 내리겠다고 정부가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곡이 모자랄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였던 정부의 논리를 들으며 그들의 앞날을 설계하던 농민들에겐 청천벽력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새로이 떠오르는 국제교역질서에 무지했거나 아니면 알면서 국민을 속였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농민들이 복잡다단한 WTO대응을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정직하게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로카쇼무라가 사는 방법은 농촌과 지방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하나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비대할 대로 비대해져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수도권의 산업 및 공공시설을 과감히 농촌과 지방도시로 분산할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농촌과 지방에 가면 도로가 잘 뚫려 있지만 생기가 없다. 젊은이들이 마음 붙이고 종사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많고 독특한 문화가 자리잡아야만 제대로 된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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