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인연은 풀어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남자에게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심지어 결혼하기 전부터 매를 맞으면서도 결혼을 진행시킨다.
그 폭력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상습적인 폭력인 경우라도 그렇다.
더구나 더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아버지도 어머니를 폭행하는 것을 보고 자라 어릴 적에 절대로 그런 남자에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짐했던 경우가 많다.
가해자인 남성들이 아버지의 폭행을 보고자란 경우는 폭력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여성의 경우는 설명하기 어렵다.
어릴 적 폭력의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피해자가 되려 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데에는 처절한 자기 보존적 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애정이 필수적인 시기에 그 사랑을 주어야할 대상으로부터 받았던 아픔을 인정할 수 없기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 사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둘 수 없다. 그래서 무의식적 반복이 행해진다.
당연히 결과는 고통의 반복이다. 말로는 헤어지거나 그런 대접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무의식은 꼭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에 헤어지지 못한다.
현재의 자아가 어른이 되어 그 처참했던 과거, 어린 자아의 아픔을 치유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남성과 헤어진다는 의미는 그 어린 자아를 내팽겨두고 떠나는 것과 같다. 떠날 수가 없다.
대개 본인들은 자신이 그런 줄 모른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만들어 만남을 지속시킨다.
아직 결혼 전인데도 학대받으면서도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면 이 구도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 보아야만한다.
이는 고통을 바라는 피학증이 아니다. 어릴 적 상처를 치유시켜 그 절망적인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무의식적 절규이다.
/ 김병후 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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