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치킨게임(겁쟁이가 지는 게임)’이 종착역에 가까워졌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들쥐 효과’가나타나고 있다.”주식시장이 현기증이 날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자 해석 또한 분분하다. ‘주가는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격언이 있는데, 미 테러이후 근심을 껴안고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외국인과, 근심에 짓눌려주저앉아 있던 국내 기관 사이에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주식시장을 ‘치킨게임’으로만해석한다면 현 시점에서 기관은 분명 외국인에게 졌다.
돈의 논리만큼 냉정한 것이 없다고 한다면, 주식투자를 치킨게임이나 들쥐효과 등에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도박꾼의 경우가 그렇듯이 환상이나 조바심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을 그르칠 수가 있다. 기관이나 개인들이지수 500대에선 줄기차게 팔다가 600선을 넘어 입질하는 것은 대세를 놓친 뒤의 ‘조바심’에가까워 보인다.
9월 말 이후 한달 반 만에 주가지수는 140포인트나 올랐다. 이 달 초만 해도테러 이전 수준 회복에 그칠 것이라고 했으나, 이미 연중 최고치(632)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현재 시장의 공감대는 “주가가9월 저점으로 이미 바닥을 찍었고, 지수 630선까지는 오른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대세상승의 초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견해가 아직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와 내년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이 지수 500대 중반까지 주가를 받쳤다면,지난 주 이후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유가하락, 미국의 소매매출 증가 등이 기대감을 확신으로 바꿔놓으면서 주가를 가파르게 끌어 올렸다.
이번 주에도미국의 경기선행지수와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시장에 별다른 악재는 없을 전망이다. 아프간 전쟁은 이미 증시에 큰 변수가되지 못한다. 국내에선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22일 발표될 예정인데,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결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주가가 그 동안 쉼 없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한 차례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지적이 설득력 있다. 상승세를 주도해 온 외국인도 매수여력에 한계를 느낄 때가 됐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등은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59%, 61%, 68%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경기회복 전망이 살아있는 한 외국인이 내다 팔 가능성은 적지만, 기관과 개인이 외국인의 바통을이어줄 지가 관건이다. ‘조바심’에 의한 매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니, 믿음직스럽지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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