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이사회가 김정태(金正泰) 행장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50만주를 부여키로 결정한 16일. 국내에 또 한명의 거부(巨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김 행장은 1998년 옛 주택은행장에 취임할 때 받은 스톡옵션 40만주도 이 달부터 권리행사가 가능해져 이미 160여억원을 손에 쥐고 있다
능력 있는 행장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동기부여를 위해 바람직하고, 주주들이 결정하면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특히 김 행장은 합병은행 탄생의 주역이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계 최고의 '장사꾼'이다.
그러나 뚜렷한 경영성과가 있어야만 가능한 스톡옵션 차익 실현이 김 행장 입장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다.
증시가 폭락하지 않는 한 앞으로 국민은행 주가는 수익구조상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 행장 때문에 주가에 '최고경영자(CEO) 프리미엄'이 더해지겠지만, 김 행장이 아니더라도 국민은행 주가는 은행주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최고의 은행이 된 데는 현 경영진의 능력도 한 몫 했지만 환란 직후 부실이 눈덩이처럼 쌓인 기업금융 전담 은행들과 달리 소매금융에 치중해온 영업방식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배경을 뒤로 한 채 현 행장에게 막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CEO의 기여도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시황 호전이나 구조적 요인에 따른 주가차익까지 CEO 몫으로 돌아간다면 스톡옵션의 진정한 취지와는 거리가 있지 않은가.
남대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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