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의 승부는기업의 내재가치인 기업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있다.또 그 기업의 경쟁력은 브랜드 파워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이름보다 우수한 브랜드 제품이 기억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어머니 시대의 향수를 담고 있는 세제(洗製)의 고전 ‘트리오’와 강력세제 ‘스파크’, 최근엔 ‘2080치약’과 ‘울 샴푸’ 등에 이르기까지 애경산업이 내놓은 생활용품중에는 낯익은 제품들이 상당수 있다.
생활 필수품으로 느껴질 만큼 익숙함이 묻어나는 브랜드들이다.
올 해 말로 창사50주년을 맞은 애경산업은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통업계의 내로라는 기업들이 불황과 소비위축의 여파로 매출목표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지만 애경의 올해 매출규모는 지난 해 대비 11.5%가 늘어난 3,350억원 대에 달할 전망이다.
생활용품 시장에서 다국적 업체들의 약진이 어느 때 보다 두드러졌던 해 임을 고려하면 애경산업의 선전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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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찬 사장은 누구
애경산업은 어떤 회사
안용찬(安容贊ㆍ42)애경산업 사장은 매출성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근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불쑥 내밀며 답변을 대신했다.
리처드 칼슨의 ‘생각의 집착을 버리면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가 품어온 집착과 그것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1등 브랜드가 아니면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안 사장은 세제업계에서 ‘브랜드 경영주의’의 논리를 세운 최고경영자(CEO)로 정평이 나있다.
취임 초기인 1996년부터 그는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보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을 회사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브랜드 제1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안 사장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장 취임 이듬해 10여년간 합작사업을 해 온 영국의 파트너 유니레버와 결별하면서 ‘폰즈’와 ‘도브비누’ 같은 강력한 브랜드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
“살아 남으려면 1등브랜드를 추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1,2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향후 3년 내 1,2위를 차지할 브랜드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기로 결단을 내렸죠.”
치약시장 전체로는 LG생활건강이 1등이지만 단일 브랜드로 1등을 하는 치약을 만들자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출시된 ‘2080치약’은1년 만에 시장점유율 14.3%로 도약, 1등 제품과 비슷한 수준에 올랐다.
안 사장은 “애경과같은 중견규모의 기업은 외형 위주의 경쟁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 위주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볼륨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브랜드를통한 ‘나눔의 경제학’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생산 판매 중인 60개 브랜드를 4분의 1 수준인 15개로 줄여나갈 계획이다.여러 개의 브랜드 보다 ‘똑똑한’ 단일 브랜드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다.
1등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기술개발(R&D)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 지난 달 말 대전 대덕단지에 300억원을 들여 애경 종합기술원을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10개 제품 중 9개를 자체개발로 이룬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절반 정도는 산학협동이나 타 연구기관과의 공동개발로 만든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일본을 돌아보고 귀국한 사장은 “일본의 세탁세제시장도 ‘메이드 인 차이나’제품에 침식당하고 있었다”며 “중국제품의 저가공세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품질에 모든 승부를건 ‘브랜드 경영’ 정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은 “아깝더라도 버릴 건 버리고 살릴 브랜드에만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 경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다./오대근기자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애경산업은?
애경산업(www.aekyung.co.kr)은세제, 치약, 샴푸, 화장품 등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다.
올해로 창사 만 50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은 모회사인 애경산업을 축으로 유통부문의 애경백화점, 기초화학부문의 애경유화㈜, 애경화학㈜, 애경정밀화학㈜, 애경공업㈜, 기초소재 생산업체인 애경소재, 포장산업부문의 ㈜에이텍과 경신산업㈜, 자동차부품 및 초 정밀기기 포장재 전문생산업체인 코스파㈜, 레저부문의 애경개발㈜ 등 11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제품 종류만도 200여종에 달할 정도다. 애경산업은 총매출 규모 중 생활용품부문이 70%에 달하고 나머지는 화장품 부문이다.
화장품의 경우 마리끌레르와 포인트 등 5개 대표 브랜드를 올 초부터 내년 초까지 전면 재정비하고 내년 매출목표를 50% 늘려 잡았다.
애경산업은안 사장 취임이후 연속 5년간 흑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3년 내에 거래소시장에 상장할 계획.
■안용찬 사장은?
약력=1959년 서울 출생.연세대 경영학과 졸업(83년),미국 펜실베니아대 워튼 경영대학원 석사,미국 체스브로우-폰즈 국제부 근무,애경산업 마케팅부 근무,애경화학 총무이사,애경유화 전무이사,애경산업 대표이사
경영철학=‘철저한 현금흐름 관리, 이익우선 경영, 1등 브랜드 육성’
취미=독서, 골프
종교=천주교
추천서=리처드 칼슨의 ‘생각의 집착을 버리면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주량=폭탄주 10잔 정도
가족관계=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맏딸인 채은정씨(부인)와 2녀
승용차=에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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