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7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총재직 사퇴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동의어 반복’이다.정치에서 벗어나 국사에 전념하기 위해 총재직을 버린 마당에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대통령이 굳이 경선 불개입을 다시 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총재직 사퇴가 위기국면 탈출을 노린 ‘정치적 쇼’가 아니라 국사를 생각한 충정이자 진심임을 거듭 보여주기 위한 강조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총재직 사퇴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총재직을 사퇴했다고 영향력까지 포기하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도 그렇지만, 여당 내에서도 일부 주자들이 김대통령의 경선 영향력, 이른바 김심(金心)의존재를 전제로 대권게임에 임하는 등 의문부호가 존재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최근 ‘김심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주장하고 이에 다른 주자들이 “총재직사퇴를 순수하게 받아들여라”고 반박하는 등 때 이른 김심 논쟁이 일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불필요한 논란의 여지를 조속히 차단하기 위해 경선 불개입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적시한 셈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 민주당 대권주자 반응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18일 김대중 대통령의 경선중립 발언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김대통령은 총재직 사퇴 후에도 당내에 가장 큰 지도력을 갖고 있다. 김 대통령이 과거 ‘국민의 지지가 가장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해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샀던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당연한 입장”이라며 “국민과 당원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측은“당이 1인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중립을 전제로 준비해 왔다”고말했다.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측은“당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제 (김심을 언급하며) 대통령께 부담을 주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측도 “김심에 기대는 듯한 일부 주자의 행보는 공정 경쟁을 어렵게 한다”며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박상천(朴相千) 상임고문은 “일부에서 자꾸 딴 소리를 하니까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언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측도 “총재직을 사퇴한 본 뜻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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