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인하는 농민에 대한 살인행위다….’양곡유통위원회가 사상처음으로 추곡수매가 4~5% 인하를 정부에 건의하자 농민들과 관련단체들이 규탄대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해 정부와의 마찰과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7일 성명을 내고 “이 결정은 정부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쌀시장 개방을 기정 사실화한가운데 쌀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놀음으로 쌀농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농은 특히 “올쌀 생산비가 지난해에 비해 3% 가량 상승했는 데도 수매가를 내리는 것은 농민에게 빚 농사만 지으라는 것”이라며“정부와국회는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최소 6.6%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한농연)는 양곡 유통위의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농연은 성명에서 “양곡유통위는 정부의 자문기구로서 우리 쌀산업을 살릴 수 있는 건의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반농업적 작태를 벌이고 있다”며 건의안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농업 현장의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한농연 강원도 연합회 소속 농민 500여명은 17일 오전 춘천시 중앙로 춘천세무서 앞 공터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쌀값안정과 전량수매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는 정부와 양곡유통위가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쌀값 안정 자금제 신설 등을 요구했다.
전농 광주ㆍ전남연맹 등 호남지역 농민들도 21일 집회에 최대한 참석한 뒤 전농 차원의 쌀값 투쟁에 적극 동참키로 하는 등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유통위 건의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남대 농대 A교수는 “시장개방이 현실이긴 하지만 가격부양에 익숙해진 농민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추곡수매가 인하보다는 농민들의 거부감이나 저항이 적은 부분부터 손질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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