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자부심으로 9일 개막한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오후 7시30분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폐막작인 태국 영화 ‘수리요타이’ 상영을 끝으로 8일간의 일정을 끝낸다. 16일 현재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13만명. 조직위 측은 폐막까지 14만여명(좌석점유율 70%)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객석수가 지난해에 비해 4만석이 줄었으며, 상영작 중 29편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임을감안하면 지난해 못지않은 호응이다.
특히 영화감독과 투자자를 이어주는 프리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의 경우 400여건의 미팅이 이뤄지고, 게스트만 800명이 넘는 초호황을 누렸다.
한국 뿐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이 영화 산업이 팽창기에 들어섰고, 그것을 해외시장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로 PPP가 자리잡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특히 예년과 달리 ‘활’의 김기덕(부산상, KF-MAP상), ‘오아시스’의 이창동(마이비상), ‘틈’의 남상국(제미로상) 등 한국 감독들의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아 최근 한국영화의 위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화려한 스타들은 적었지만 프랑스 배우 잔 모로와 대만의 후샤오시엔과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테어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거물급 게스트가 부산을 찾아 영화제가 내적으로 성숙했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그러나 부산영화제의 지명도나 위상을 감안하면 이제 ‘게스트가 누구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나’로 성공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높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화려했지만, 영화제에서조차 스타만 쫓아 다니고, 상업 오락영화만 선호하는 관객들, 그 인기에 만족하려는 영화제 측의 태도 등은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자부하기에는 부끄러운 모습이기도 했다.
영화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특유의 밀어부치기 식으로 성공한 부산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세계에서 인정 받으려면 예산확보 및 영화제 본부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변변한 영화제본부건물 하나 없어 외국 게스트들이 익숙하지 않은 부산 시내를 헤매는 사례가 잦았으며, 여전히 수준 이하인 자원 봉사자들의 통역도 문제였다.
완고한 행정과 안일한 집행부의 대응으로 신상옥 감독의 ‘탈출기’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분류돼 일반 상영이 취소되는 달갑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규모가 적은 미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가 200억원의 기금을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산영화제는 올해도 예산확보에 허덕거렸다.
시네마서비스, 신씨네 등에서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에 의존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기에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따라서 세계 문화인들에게 높은 지명도를 갖게 된 영화제를 부산 지자체가 단순히 홍보로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안주인으로서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부산영화제는 늘 불안한,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초라한, 한 잔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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