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군이 잘라라바드를 퇴각한 다음날인 15일 저녁 어둠이 깔리자 아프간 왕이 겨울철 거처로 이용했던 '카지르 샤히'라는 대형 건물 앞에 파슈툰족 군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중에는 한때 탈레반측에 가담했던 부족장들도 끼여 있었다. '슈라'라고 불리는 일종의 부족장 희의를 연 것이다.이들은 와이 즐겼다는 건포도와 녹차를 앞에 두고앞으로 잘랄라바드 이대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참석자들은 세계 각국의 기자단을 이끌고 전날 이곳에 도착한 하지 압둘 쿠디르를 잘랄라바드가 위치한 낭가하르주 주지사로 추대했다. 회의를 주재했던 쿠디르는 "탈레반이 엄격한 규율을 강제해 불필요하게 욕을 얻어먹은 측면이 잇었다"며 "탈레반의 좋은 점은 배우고 서바의 신식 사고도 도입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영토 나눠갖기'방안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상이몽이어서 앞으로 몇차례 더열릴 이 모임의 최종 결과를 점치기는 어려웠다.
서로 욕심을 버리고 '영토 선긋기'가 합의된다면 위태로운 평화가 유지될 것이고,여기서 처우가 소홀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군벌이 생긴다면 또다시 피를 부른느 군웅할거 시대에 들어설 것이 분명하다.1992~1996년 구 소련군을 축출한 무자헤딘들이 바로 이 땅에서 그런 유혈극을 벌였다. 당시 서로 총부리르 겨눴던 군벌들은 모임 중간중간에 "과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이날 모임에서는 탈레반 정권에 대한 평가도 내려졌다 대다수 사령관은 "탈레반이 좋은 일을 많이 했다. 그들의 신앙에 대한 태도는 훌륭했다"고 두둔해다.여성의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느 탈레반 이전부터 아프간의 오랜 전통이라는 지적과 함께 서방의 일방적 시각을 비판하기도 했다.그러나 수염을 깎지 못하게 하거나 여성 교육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비판도 나왓다.군벌들은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가 학교를 짓는것"이라면서 "탈레반 정권의 하급직들은 포용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전쟁에 신물이 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피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잘라라바드=홍윤오기자
■잘라라바드는 어떤 곳
파슈툰족 군벌들이 장악한 잘랄라바드는 탈레반이 집권 5년동안 남부 칸다하르,수도 카불과 함께 핵심 거점으로 꼽아온 곳이다.파키스탄과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이자 알 카에다의 주요 테러리스트 훈려캠프가 있었다.
탈레반 잔존세력이 고립돼 있는 쿤두즈와 함께 파슈툰족이 집결해 사는 도시이기도 하다.빼어난 경치와 기후 때문에 왕정시절에는 칸들이 휴야지로 삼는 '겨울 수도'였다. 지난달 10일에는 미국의 오폭으로 인근 마을에서 민간인 160명 이사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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