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로부터 정성홍 국정원 과장과 민주당 김모 의원에게 거액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승현(陳承鉉)ㆍ정현준(鄭炫埈) 게이트’의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부에 다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특수1부는 정 과장에게 진씨 로비자금 중 일부인 4,000만원이 넘어간 것을 알고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신문조서에 ‘후배 정모씨’로 기재, 신분까지 철저히 감춰주었다.
김모 의원에 대한 5,000만원 제공 부분도 진씨가 부인한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
특히 이승구(李承玖) 당시 특수1부장은 14일까지 “대부분 변호사 비용이며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다가15일 언론보도가 난 후에야 돈이 건너갔다는 진술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단정적으로 얘기한 게 아니며 사건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러한 석연치 않은 수사태도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수사라인에 국정원과 전ㆍ현직 검찰간부들의 전방위 로비가 작용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지난해 9월 김 전 회장과 함께 대검 고위간부를 찾아가“진씨를 사위 삼으려 한다”며 수사상황 및 처리수위를 문의했고 김 전 차장의 부하직원도 당시 수사검사를 찾아가 불구속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진씨와의 혼담’ 때문에 방문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진씨에 대한 구명로비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전 차장은 이 대검 고위간부 외에도 검찰 고위층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의 조직적 로비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진씨 구명작업에는 전직 검찰간부 출신 변호사들도 대거 동원됐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등을 지낸 이들변호사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과 1억원을 받고 변호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간부와 친분이 있는인사들이 당시 진씨 수사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구명활동을 했다는 말이 파다했다”며 “돈을 건넨 진술을 받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요인이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변호사는 나중에 김 전 회장에게 변호비를 돌려준 것으로 드러나 진씨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어쩔수 없이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 김 전 차장과 김형윤(金亨允) 전 경제단장의 수뢰혐의에 대한 수사도 외압으로 인해 중단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서울지검 관계자는 “수사검사에 대한 지휘라인의 간섭이 심했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다”며 “외압이 아니라면 벌써 처리됐어야 할 사건들”이라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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