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돈을 갚지 못해사기혐의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신용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카드회사의 잘못”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신용카드회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사람을 사기혐의로 고소해 사법처리돼 왔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주목된다.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판사는 16일 S카드의 신용카드 대출 대금 720만원을 갚지 못해 사기혐의로 기소된 조모(67ㆍ여)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갚을 의사가 없거나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 이런 의사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꾸며 돈을 빌리는 ‘편취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초등학교 서무과장인 피고인이 돈을 빌릴 당시 5억원대의 채무가 이미 있었지만 S카드사가 피고인의 변제능력, 자산상태를 조사하거나 피고인이 이 부분을 일부러 속였다고도 보기 어려워 사기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채무자가 허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금융기관이 채무자에 관한 신용정보수집을 포기하거나 게을리해 대출금이 회수불능 상태에 빠졌다면 이는 전적으로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며 “이런 경우 신용카드회사가 채무자를 형사고소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피고인은 1999년 S카드사에서신용카드로 720만원을 대출 받은 뒤 이를 갚지 못해 기소됐다.
법원의 한 판사는 “신용카드 연체로인한 사기범의 경우 카드남발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판사들도 잘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유죄를 인정해 왔었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상급심의 판단을 주목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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