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이 14일 6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빈 손'으로 돌아오자 시민들의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할 말을 제대로 했고 원칙을 잘 지켰다"는 칭찬들이었다. 한나라당도 이례적으로 노고를 치하했다.
홍 장관은 우리의 비상경계태세를 갖고 생떼를 쓴 북측에 본때를 보여줬다.
그는 회담 막판에 북측이 7차 장관급회담을 '불안한' 서울에서라도 하겠다고 물러서자 '시기를 못 박으라'고 밀어 부쳤다.
대표단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됐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홍 장관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홍 장관이 "배를 잡아라"고 철수를 지시하자 북측은 당황했다. 북측 '회담일꾼'은 "제발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며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남측은 잠정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돼 아쉬웠지만, 다시 만날 약속도 하지 않은 채 회담장을 떴다.
회담 결렬은 남북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산 가족들은 상봉이 또다시 어려워지자 땅을 쳤다. 북측은 홍 장관의 '전횡과 불순한 태도' 때문에 회담이 깨졌다면서, "앞으로 그와 대화를 해야 할 지 검토하겠다"고 화풀이를 했다.
회담 결렬은 홍 장관의 표현대로 '쌍방의 책임'이다. 홍 장관은 실리 보다는 명분을, 눈앞의 성과 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염두에 둔 셈이다.
그의 결정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회담 결렬에 대해 격려가 있는 것은 냉엄한 현실이다. 하지만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우리의 변할 수 없는 목표다.
회담 결렬이 이 같은 목표에 부합 할수 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이동준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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