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률이 교수의 노조결성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교수노동조합이 10일 공식 출범을 강행, 교육 당국과의 마찰을 빚고있다.교수노조측은 "민주적 대학운영, 교권 및 교수 신분보장, 대학 자치와 학문 자유를 위해 교수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교수협의회 등을 통해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데도 노조를 만드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발상"이라며 "교수도 대학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노중기(한신대 사회과학부 교수 )
11월 10일 교수노조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교수 노조 결성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라 신성한 교육자라는 주장, 대학에는 경쟁이 필요하다는 신자유주의 논리, 현행법상 불법이므로 노조보다는 다른 교수단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논점이 있다.
먼저, 교수는 보통의 노동자와 다르므로 예컨대 '노조를 만들려면 공장으로 가라'고 하는 주장이 있었다.
이 주장은 참으로 언어도단이다. 우리 사회의 1,000만 노동자는 교수와 신분이 다른 천민집단이 아니다.
사농공상의 신분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또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합법적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서양 교수들에 대해서도 방직공장으로 가라고 주장 할 것인가.
교수노조는 교수가 특권집단이라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깨고 보통의 노동자와 다르지 않음을 선언하는 주체 선언이다.
다음으로 더 세련된 비판은 계약제ㆍ연봉제,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이에 반대하는 교수노조의 주장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교수노조가 경쟁체제를 반대하여 자기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기주의 운동이라는 가혹한 비판으로 연결된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 주장은 대학의 본질과 우리대학의 현실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학은 시장이 아니며 시장실패의 논리가 적용될 수 없는 공동체와 학문탐구의 장이다.
끊임없이 요동하는 사회나 시장의 단기적, 이윤논리 요구에 대학의 교육과 학문이 종속되어선 안된다.
또 우리 현실에서 계약연봉제의 진짜 문제점은 그것이 바로 자유롭고 개방된 연구환경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점이다.
재단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사학은 물론 국립대 교수들도 재단과 학교당국에 의해 완벽히 통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노조는 불법이니 교수회 등 다른 대안을 찾자는 주장도 비현실적일 뿐이다.
먼저 교육부의 '불법단체'주장은 터무니없다. 동일한 직종의 10만 교사가 조직된 전교조도 불법이라는 말인가.
또 교수회의 법정기구화를 요건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재단, 교육부에 의해 철저히 거부된 바 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교수회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반대- 독고윤(아주대 경영학부교수)
교수업적평가제, 연봉제 및 계약제에 맞서 일부 교수들이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대학에 경쟁논리 즉 시장법칙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노조를 통해 교권을 지키고 학원민주화를 이루며 나아가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권은 학문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 신분을 보장하는 기득권이 아니다.
교수들이 경쟁 없이 안주한다면 질 높은 교육과 연구를 제공할 수 없다.
시장법칙이란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여 교육과연구의 질을 최대한 높이자는 효율성의 추구를 뜻하는 것이지, 인기 분야에만 투자를 하는 상업주의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
교수는 교육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
대학의 의사결정 과정이 갖는 특징은 누군가가 누구에 의해 평가를 받는데 있다. 교수가 학생을 평가하는 것처럼 소수의 우수성이 다수의 보편성을 능가할 때 아카데미즘이 유지된다.
대학의 의사결정이 구성원 1인1투표에 의한 민주주의 절차를 따른다면 교육과 연구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 없다.
1960년대 이후 교수·직원·학생이 동등한 지분을 갖고 대학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평등원칙을 도입한 유럽 대학들이 학문적으로 급속히 퇴보한 사실을 주목하자.
계약제가 대학의 질을 반드시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교수가 계약제에 처해 있다면 자기보다 우수한 교수를 선발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우수한 사람이 교수직을 회피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학자로서의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정년이 보장된 교수는 학사운영에서 경쟁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며, 정년보장이라는 특혜 때문에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교수노조가 바라는 거의 무조건적인 정년보장은 대학을 황폐화할 뿐이다.
학문적 업적에 근거한 정년보장제와 계약제를 혼합할 때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부당한 간섭, 일부 대학 운영자의 사적 이익 추구에 저항하는 양심도 교수노조를 결성하려는 의도에 포함되어 있겠지만, 다수가 민주주의라는 미명을 사용하여 집단이익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
우리 대학의 취약점은 대학과 관련된 여러 이해당사자로부터 신뢰와 권한을 위임 받아 대학을 운영하는 지배구조가 확립되어있지 않은데 있다.
악에는 악으로 대항하는 교수노조보다는 전문성ㆍ투명성ㆍ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를 통하여 대학을 지배하는 제도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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