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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쌀 개장, 땜질식 대책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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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쌀 개장, 땜질식 대책 이제 그만

입력
2001.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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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는 일주일간의 회의 끝에 뉴라운드 출범에 합의하는 각료선언문을 14일 채택하였다.뉴라운드 협상은 우리나라 공산품 수출을 크게 늘릴 전망이지만, 경쟁력이 약한 농업부문에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쌀 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면 농촌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다.

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루과이 협상에서 쌀만은 관세화에서 예외화 하였다.

본격화할 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미국, 중국, 태국 등 쌀 수출국들은 '예외없는 관세화'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쌀이 관세화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우루과이 협상이후 국내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기 때문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관세화를 반대할 경우 협상 능력이 크게 제한되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쌀의 관세화 여부는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을 고려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경제가 뉴라운드 출범등으로 크게 호전되어 환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쌀을 관세화하면 매우 낮은 가격에 수입되어 농업기반이 붕괴될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환율이 상승할 경우에는 쌀을 관세화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편이 될 것이다.

쌀의 개방조건을 결정하는데 있어 일본이 우루과이 협상에서 보여준 쌀 개방조건은 우리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일본은 1995년 쌀을 관세화 유예로 개방하였다.

그러나 개방조건에 관세화로 바꿀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여 경제 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토록 하였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침체를 거듭하여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가 되다 보니 일본은 1999년에 쌀을 관세화해 시장 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하였다.

우리나라도 뉴라운드 협상에서 일본의 쌀 시장개방 전략을 참고해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를 신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협상 안을 관철시키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1995년 이후 쌀 시장이 개방되었지만 시장 개방 확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 때문이다.

시장개방 이후에도 쌀 수매제도가 유지되고 수매가격이 상승한 나라는 지구상에서우리나라 뿐이다.수입된 쌀도 가공용으로 사용하고 시장에 방출하지 않아 쌀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생산량, 재배면적도 계속 늘었지만, 소비는 급격히 감소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개방이후 쌀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경쟁력이 더욱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중에서는 질이 나쁜쌀이 가장 높은 가격에 수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쌀 수매제도를 조속히 폐지하고 시장개입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수매제도가 폐지되고 수입량이 늘어남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농민들에게는 선진국과 같이 실질적인 소득보조 정책과 소득보험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쌀 시장을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좋은 쌀을 확실히 구분하여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입쌀과 질 좋은 국내 쌀을 소비자들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품종, 수분함량, 도정일자, 깨진 쌀의 정도 까지 포장에 표기하도록 시장제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쌀을 지키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반만년 우리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쌀과 김치를 중심으로 한 우수한 음식 문화와 쌀의 공익적 기능을 자라나는 청소년과 세계에 알리는 적극적인 전략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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