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야당이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야당의 법 개정 취지는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케 한다는 것이다.
야당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방송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러한가.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겼을 때 방송이 어느 편을 들었는지 모를 사람은 없다.
방송을 들으면 정권은 뭐든지 잘하고 있고, 국정은 별탈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사는 데도 크게 어렵지 않다.
신문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고, 사주는 파렴치한 탈세자이기 때문에 개혁돼야 마땅하다.
대충 이런 흐름이었다. 이런 방송사의 행태를 보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제도에선 방송에 대한 정권의 개입은 어렵지 않다.
방송사의 인적 시스템 자체가 정권의 영향아래 있는데다, 방송을 규율하는 방송위원회가 사실상 정권의 장악 하에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를 관장하는 9인의 방송위원 중 3분의 2 이상은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이나 다름없다.
현행 방송법상 그렇게 되어 있다. 물론 방송위가 어떻게 구성이 되든 균형적 시각을 갖고 제대로 작동을 한다면야 법개정 빌미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몇몇 사람들로부터 방송이 정말 이래도 되는가, 방송위원회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가 등의 탄식을 들었다.
얘기인즉슨, 어느 공영방송이 막 수능시험을 마친 고3학생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면서 5권의 책목록을 제시했는데, 이게 좀 석연치 않더라는 것이다.
소외된 민중의 시각에서 썼다는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한겨례 신문 손석춘씨의 '신문 읽기의 혁명', 난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에 망명했다는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등이더라는 것이다.
그들이 왜 석연치 않다고 하는지, 책 제목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금세 알 것도 같다.
삶의 지혜를 배워나갈 예비 청년들이 왜 하필 이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방송위원회는 과연 이 프로의 제작의도에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궁금하다.
/이종구 논설위원 jonklee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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