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4일 끝난 6차 장관급회담에서 다시 만날 약속 조차 못하고 헤어졌다.양측은 지난해 6ㆍ15 공동선언이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꼭 쥐고 있었던 대화의 끈마저 놓아버린 셈이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가슴 졸이던 이산가족들은 또다시 땅을 치게 됐다.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상당기간 냉각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북 햇볕정책도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결렬 배경
남북이공동보도문도 발표하지 못한 것은 2차 경협추진위 등 당국간회담의 장소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북측은 2개월 전5차 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회담을 북측지역, 그것도 금강산에서만 열자고 고집했고, 남측은 관례대로 서울에서도 개최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결렬 과정일 뿐이다. 남북은 북측이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남측의 테러 관련 비상경계조치 해제 문제를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남측은 향후 회담 중 최소한 1가지라도 서울에서 열어 ‘남조선이 불안하다’는 북측 주장을 깨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북측 입장에서 보면 전제조건의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결국 북측은 남측이 준비중인 40만톤의 식량등 실리를 당분간 포기하면서까지 명분을 고수했다. 남측도 자위 조치인 비상경계태세를 해명하면서까지 회담을 이어 갈수 없었다.
남북은 막판에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의 공식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봉합하는 듯 했으나 실패했다. 남북 모두 ‘빈손 회담’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애초부터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를놓고 논란만 거듭한 꼴이 됐다.
■향후 전망
정부는 회담 결렬 후 발표문에서 “대화가 이번으로 끝난 게 아니며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분간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 남북이 5박6일간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 논의해도‘해법’을 찾지 못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한반도 정세 변화등‘극적돌파구’없이는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객관적 배경이 된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이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은 내년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또 남측의 경우 내년에는월드컵과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등이 예정돼있어, 정부의 대북정책은 뒷전으로밀릴수도있다.
더구나 거대 야당이 자리잡은 정국은 현정권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 할것이다. 벌써부터“이러다간 내년 1년동안 대북정책은 교착 될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정부일각에서 나오고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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