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이 수도 카불을 점령함으로써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 정권 구성을 둘러싼 열강과 주변국, 각 정파간의 복잡다단한 각축이 본격화하고 있다.북부동맹측은 여세를 몰아 향후 정부구성에서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압둘라 압둘라 외무장관이 카불 탈환직후 “새정부 구성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탈레반을 제외한모든 정파들을 초청했다”고 밝힌 것도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금까지 차기정권 문제에서의 쟁점은잠정국가수반을 자히르 샤 전국왕과 부르하루딘 북부동맹 대통령 가운데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 그리고 온건 탈레반을 정권에 참여시키느냐 여부 등이었다.
15일께 카불로 들어설 랍바니 대통령은 “이탈리아에 있는 샤 전 국왕의 귀국을 환영하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전 국왕측을벌써 견제하고 나섰다.
온건 탈레반을 차기 정권에 참여시키려던 파키스탄의 구상은 탈레반의 급속한 패퇴로 실현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차기 정권에는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북부동맹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은이날 제임 더빈스 특사를 로마로 파견, 자히르 샤 전국왕을 만난뒤 14일에는 파키스탄으로 날아가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대통령이 “이슬람국가로 구성된 유엔 평화유지군을 카불에 배치, 비무장도시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북부동맹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노리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에 얼마나 협력할지는 의문이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주변국들이 아프간에 괴뢰정부를 세우려 해서는 안된다”고경고한 것은 바로 미국과 파키스탄을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 뿐 아니라, 이란과 타지크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도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북부동맹의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주도의 권력분점안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아프간은 또다시 종족간 유혈다툼으로 대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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