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영상이란 그릇에 담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출판문화의 위기를 말하는 이 때,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TV 같은 대중적 매체가 기여해야지요.”‘영상’과 ‘출판’은 서로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경쟁적인 위치의 매체다.
그래서 ‘영상’과 ‘출판’의 결합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책에 관한 수많은 프로그램의 명멸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TV 책을 말하다’(KBS1)를 진행하는 박명진(54ㆍ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아나운서나 연예인들과는 차별적인 이미지로 책과 대중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쉽지않은 임무를 떠맡았다.
“물론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이기도 했지만 프랑스의 ‘아포스트로프’라는 아주 유명한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떠올렸죠.”
올 여름 은퇴하기 전까지 수 십년 간 진행한 베르나르 티보가 프랑스 사회에서 상당한 문화권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프로그램이다.
그는 ‘TV 책을 말하다’도 그에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학자로서 화두로 삼은 방송의 공공적 기능, 이상적 방송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사회적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끌어낸다.
“시사적인 이슈와 달리 책은 시시비비를 따질만한 대상이 아니다. 책을 보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
책 자체보다는 사회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길라잡이로서 진행자의 역할을 설정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자신의 의견을 맘껏 내놓을 수 없다는 점.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진행자가 견해를 밝히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심도 있고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기 위해서 내 목소리를 내는 비중도 늘려가겠다”고 말한다.
진행자로서의 욕심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에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토론에 참가하려면 주제로 선정된 책도 미리 읽어야 하고, 때로는 직접 출연자를 섭외하기도 한다. 기대도 크다.
“영상매체에서 책과 토론을 결합시키는 것은 색다른 시도다. 성공과 실패는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지만, 다른 누군가 벤치마킹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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