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열렸던 제6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결렬돼 유감스럽다.이로써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소강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양측이 당초 회담일정을 이틀간이나 연기해 가면서까지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다.
비록 결론 없이 헤어졌지만 멀지않은 장래에 다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리라 기대를 하게되는 이유다.
우리는 이번 회담의 결렬 사태를 크게 비관하지 않는다.
이유는 비록 남과 북이 일시적인 명분다툼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지만 서로가 냉각기를 통해 역지사지 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또 남북은 식량지원 문제 등 곧 다시 만나야 할 현안들이 쌓여있다. 냉각기가 그렇게 길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지연되는 점이 안타깝다.
방문희망자의 대부분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령이라는 점에서 한시도 미룰 일이 아니다.
이번 회담은 지난 9월15일 서울에서의 제5차 회담 후 거의 두 달 만에 열렸다.
그럼에도 다음 회담 일정조차도 합의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북측의 경직된 자세 때문이라고 본다. 북측은 9ㆍ11 미국의 연쇄 테러사태 발생 후 우리정부가 취한 비상경계태세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선(先) 비상경계태세 해제, 후(後) 현안 논의를 고집 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측의 경계태세는 전적으로 우리내부의 문제다.
내년 월드 컵을 앞두고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부터 대회를 지키려는 우리 스스로의 다짐일 뿐이다.
반 테러선언은 물론 각종 테러반대 국제협약에 가입키로 한 북한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일부의 추측대로 북측이 임기 말의 정권과 대화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그것보다는 교환방문 행사로 일부 주민들의 자본주의 경험을 북한이 안보위협요인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보여진다.
북측을 설득하다 마지막에 발길을 돌린 우리대표단의 자세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에도 만약 북측 요구대로 끌려갔다면 호된 비판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안 될 것은 안 된다는 점을 북측이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어야 한다.
비상경계 사태를 구실로 대화를 지연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급함 보다는 느긋한 접근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 번에, 또 이 정권에서 안 되면 다음정권으로 넘긴다는 자세로 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