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미국의 테러참사에 이은 잇딴 대형 비행기 사고로 항공업계를 비롯한 여행 및 호텔업계가 줄초상을 치르고 있다.
‘비행공포’의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이들 업계가 연쇄 불황의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추락하는 항공신뢰
세계경제불황에 이은 미국의 테러참사로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또 한번 ‘뉴욕발(發)’ 악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단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이번 아메리카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테러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단순 항공기 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항공기 추락 여파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날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한항공의 탑승률은 평소보다 높은 75%에 이르는 등 큰 동요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항공수요는 미국 테러사태 이후 이미 크게 감소한 상태. 미주노선의 경우 승객탑승률이 20%이상 감소했다는 게 항공사측의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교롭게 뉴욕에서 다시 항공기가 떨어져 심리적인 타격이 컸다”며 “테러사건 이후 가시화하고 있는 항공수요 위축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를 비롯해 고환율와 고유가 등으로 올 상반기 5,000억원을 넘는 적자를 기록 한국내 항공업계는 전세계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서 살아 남기 위해 마른 수건까지 짜내는 심정으로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 발끊기는 관광업계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관광업계에는 탄식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테러참사의 후폭풍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는 마당에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로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됐다는 위기감이다.
일반 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여행사 상위 30개 업체의 8월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은 16만7,31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하는 등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9월부터는 급전직하로떨어지고 있다.
9월 유치실적은 15만6,1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떨어진 데 이어 테러공포가 본격화한 10월은 최소한 20%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월부터는 일본 수학여행단의 단체 철도이용권 취소율이 60%까지 치솟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마저 뚝 끊겨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행기 추락사고 소식이 전해진 13일 오전 대부분 여행사들은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사고원인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고위관계자는“11월, 12월 장사는 이미 물 건너갔고 1월까지 관광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며 “연말에 적어도 200~300개 업체가 문을 닫을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텅빈 객실
9ㆍ11테러 이후 15~20% 가량 손님이준 호텔업계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일단 예약 취소나 숙박일정 단축과 같은 ‘재앙’이 13일에는 발생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2~3일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며 마음을 졸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9ㆍ11테러이후 미국계 체인 호텔의 경우 15% 가량의 고객 감소 홍역을 치렀고 이번 사고로 인해 다음달에는 적어도 예년 대비 20%까지 숙박률이 떨어질 전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10, 11월이 외국인 관광 성수기인데 숙박률이 평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70% 내외”라며“9ㆍ11테러 이후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던 여행 심리가 다시 얼어붙게 생겼다”고말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 성수기의 끝자락인 이달 말께부터 예년 수준의 여행 경기를 회복하리라던 업계의 예측은 이미 공수표가 돼버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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