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金銀星) 국정원 2차장의 김재환(56) 전 MCI코리아회장 폭행 사건과 ‘진승현 게이트’개입사실이 불거진 것은 국정원 내부의 세력간 암투가 배경이 됐다.김 차장은 김씨에게 폭행을 가한 장본인인 정성홍 과장(3급) 등 믿을 만한 부하 직원을 곳곳에 포진시켜‘국정원의 하나회’같은 사(私)조직을 운영하며 각종 ‘게이트’에 개입했던 것으로 국정원 내부에서는 알려져 있다.
폭행사건 당시 경제과장이던 정씨는김 차장과 부하직원을 연결하며 실무 지휘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내 특정세력의 각종 게이트 개입 의혹은 조직 속성상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설’로만 떠돌았으나 검찰의 진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그 일단이 포착됐다.
지난해 9월 검찰의 진씨 내사과정에서 김 차장이 진씨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처음으로꼬리를 밟힌 것.
국정원 내부 알력이 본격화한 것은 국정원 감찰실이 진씨의 구명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모(42)씨와역시 진씨 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재환씨가 올해 1월19일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진승현 게이트’ 연루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재환씨 폭행 사건이 터졌고 김씨가 국정원 전직 간부들에게 진정서를 써 억울함을 호소하자 감찰실이 3월초 김씨를 불러 경위 파악에 들어가면서 감찰실과 특정 세력간의 ‘혈투’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감찰실의 조사망이 좁혀오자김 차장과 정 과장은 “누구를 죽이려 하느냐”며 반발, 감찰실 고위 간부 L씨에 대해 ‘역공작’까지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 과장과 감찰실 간부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본격적인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화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감찰실 조사결과 처리 과정에서도 양 세력간의 알력이 드러난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감찰실이 김차장을 위시한 사조직의 진씨 사건 개입 전말을 임동원(林東源) 당시 국정원장에게 보고했으나 임 원장이 국내문제는 김 차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처리를 미루다 결국 3ㆍ26 개각에서 신건(辛建) 원장으로 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이후 정식 보고를 받지 못한 채 4월 고위간부 인사를 했고 특정세력의 힘에 밀린 감찰실고위 간부 L씨는 결국 지방으로 좌천됐다.
이에 대해 신 원장은 “김씨 폭행사건과 감찰실의 사건 종결이 국정원장 취임 전에 이뤄졌고 나중에야 종결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신 원장이 이들 특정간부들의 전횡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겠지만 쉽게 손대지 못할만큼 그 파워가 막강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정 과장 등은 지난 7월 이후 ‘수족’ 같은 부하직원 30여명을 모아 ‘충성부대’화한 뒤 드러내놓고 수 차례 모임을 가질 정도로 위세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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