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정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련된 중요 홍보창구를 4명의 여성들이 맡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눈길을 끌지만 한편으로 우스운 보도이다.
미 뉴욕타임스가 11일자에 먼저 실었던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시 미 대통령은 테러사건 직후, 카렌 휴즈 대통령고문을 불러 전쟁기간 동안 정부를 위한 홍보업무를 총괄하도록 지시했다. 휴즈는 이후 다른 세 여성 클라크 국방부 수석대변인, 매탈린 부통령고문과 긴밀한 연락 아래 홍보업무를 수행중이다. 문명화 된 시대라 하여도 남성지배의 전쟁에서 이토록 여성들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책임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 "
기사 제목은 '정치와 광고에 정통한 네 여성이 (전쟁)캠페인을 수행하다'였다.
남자기자가 쓴이 기사에는 네 여성의 성공적이었던 정치, 광고 경력과 뚜렷한 홍보관도 들어있기는 했지만 여성이 뜻밖의 중책을 맡았다는 시각에서 흥미 위주로 쓰인 것이었다.
다음날인 12일자에 우리언론이 소개한 그 기사는 제목이 약간 더 우스워졌다.
'美 戰時홍보 여성 독무대' '선전戰 사령관 여성 4인방' 등이 되었다.
정작 인터넷과 외신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은 대 테러전쟁에 대한 홍보에 이제야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화제이다.
또 이번에 세운 홍보전략이 과거 전쟁의 선전전(propagandawar)과는 다소 달라 화제이다.
홍보 책임을 누가 맡았느냐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중대한 일을 맡길 만한 사람에게 맡기리라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현재 역점을 두어 벌이는 홍보전략은 크게 두 가지가 특징적이다.
우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 정부는 지난 주 처음으로 반 탈레반 인터넷캠페인을 시작했다.
미 국무부가 내보낸 영상과 보고서(http://usinfo.state.gov/products/pubs/terrornet)는 이번 테러로 80개국의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그러니 테러를 근절하는 과업은 전체 문명국들의 과업이라고 설득한다.
둘째로 미 정부는 대 테러 홍보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파악한다.
아군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며 적군은 사악하고 아군은 선하다는 식의 이분법적 주장을 하는 선전이아니라, 테러근절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림으로써 여론을 이끄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광고회사사장을 역임한 비어스 국무부 공공외교차관이 미국사회의 가치를 마치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가공하여 이슬람세계에 알리는 일을 맡은 것은 매끄러운 여론형성을 노리는 전략 때문이다.
문제는 남아있다.
미국은 우리가 보기에는 뜻밖에도 총체적인 대 테러전쟁 홍보를 뒤늦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폭격 당한 작은 마을의 처참한 사진을 이슬람 권의 CNN이라는 알 자지라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당한 자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탈레반에 적절히 대응하는 시기를 놓쳤다.
정치와 광고에서 갈고 닦은 홍보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된 미국의 본격적인 홍보전개가 궁금해진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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