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하지만 우리를 춥게 만드는 것은 이 바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몇몇 통계가 우리의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어도 봄은 오게 마련이지만, 따스한 봄을 맞는 것이 오히려 두렵기만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딜 젊은이들이 대표적이다. 교문을 나섰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LG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는 참으로 우울하다.
최근의 대학 졸업자 취업난은 시작에 불과하며 적어도 2007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경기 침체로 노동 수요가 감소한것보다 20대 초반 인구의 증가, 대학 진학률 급증, 인력 수급의 불일치 등 노동 공급 측면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란다.
IMF 체제 직후부터 따지면 10년이라는 긴 세월이다. 2007년이 되어 취업난이 해소된다 해도, 그 때까지 누적된 수많은 미취업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해법은 떠오르지 않고, 그저 막막할 뿐이다.
■청년층이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데 평균 15.5개월이 걸린다는 것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다.
남성은 21.6개월, 여성은 11.3개월로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소요기간이 짧았지만, 졸업 직후 취직은 어렵다.
이제 '재수생'이란 말은 대학 입시에서 실패해 후년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못 구해 방황하는 '산업 예비군'을 지칭하는 시대가 됐다.
■얼마 전 정부와 재계가 청년 실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의 인식 전환이다.
불황이라고 연구개발투자를 게을리했다가는 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인력이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가 우수한 인력을 싼 값에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기업은 해야 한다.
정부도 실업 관련 예산을 인재 양성 쪽으로 집중해야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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