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정래(58)씨가 1959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현대사를 다룬 장편소설 ‘한강’ 제1부(해냄발행ㆍ전3권)를 펴냈다.조씨는 ‘태백산맥’에서 1945년부터 한국전쟁까지 민족의 이념적 갈등과 분열을 그렸으며, ‘아리랑’에서 1905년부터 해방까지 민족사의 고통과 극복의 과정을 담았었다.
‘한강’은 따라서 한국현대사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그의 작업이 완성되는 지점이다.
작가는 내년 3월까지 ‘한강’을 10권으로 완간키로 하고, 전남 나주의 집필실에서 원고를 다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제1부 ‘격랑시대’는 전남 강진 출신의 유일민, 일표 형제가 서울로 유학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월북자의 아들인 형제는 누구보다도 분단의 비극을 뼈저리게 겪는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법대생 이규백과 김진오는 입신양명을 꿈꾸고, 빨치산의 아들로 살아가는 게 싫은 서동철은 주먹세계로 빠져든다.
주인공들은 모두 이념의 차가운 대립과 숨가쁜 경제 발전으로 얼룩진 시기를 헤쳐가는 이들이다. 이들의 아픔과 눈물과 한숨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작가의 말대로“오늘날의 경제적 성장은 수많은 우리들이 고통스러운 몸부림으로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기둥이 되어 떠받쳐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씨는 앞으로 4ㆍ19와 5ㆍ16, 10월 유신,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한강’에 담게 된다.
조씨의 ‘한강’은 그가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한강의 푸른 물만큼이나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작품이다.
어쩌면 그러한 깊고 진지한 의식을 받아들이기에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 너무나 가벼워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분단의 비극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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