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 어머니들은 무슨 선고라도받은 것처럼 긴장한다. 그러나 소양인 체질이 많은 우리나라 아이들은 우유보다는 콩우유가 훨씬 더 잘 맞는다.”한의학 정보가 넘쳐 나면서 우유를 먹이지 않으려는 어머니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완전 식품’인 우유를 안 먹이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육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우유를 먹이지 않고 첫 딸을 키운 소아한의사 정현석(34)씨를 만났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아파트 정씨의 집은 어른이 느끼기에 약간 쌀쌀한 정도의 실내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딸 지영(4)은 신문사에서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소리에 원피스를 차려 입었지만, 둘째 재훈(14개월)은 내복 차림에 양말도 신지 않았다. 일단 이 집은 아이들을 좀 춥게 키운다.
1997년 12월 태어난 지영이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2.8㎏로 평균보다 적었다.
우유를 이것저것 먹여보았으나 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이들을 사상체질로 쉽게 나누기는 어렵지만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소양인 체질 징후를 보였다.
콩단백으로 만든‘소이 A’와 ‘베지밀’을 먹였다. 이유 단계에서는 열이 많은 체질을 다스리기 위해 녹두죽을 중심으로 쇠고기죽, 멸치죽을 먹이고 고구마, 감자를 간식으로 했다.
강한 신맛은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한 사과는 가끔 먹이고, 성장에 유익한 과당이 많은 멜론, 속열을 다스리는 배를 많이 주었다.
정 원장은 아이 체질을 속단해 한 가지만 먹이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유식 초기 한 가지 재료로만 죽을 끓여 아이의 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은 방법. 분유도 마찬가지.
시판되는 분유의 표시 성분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아이의 체질에 따라 변 상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둘째인 재훈의 경우 장이 약한 아버지 체질을 닮아 분유를 먹으면 설사를 했다. 국내에서 나오는분유를 먹이니 설사가 계속됐고, 수입 분유 역시 마찬가지. 액상수입우유를 먹였을 때 가장 변 상태가 양호했다.
그러나 역시 한의사답게 건강의 기초는 한약으로 다스린다. “녹용은 대부분의 한국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보약”이라는 정 원장은 부인이 임신했을 때 자궁을 깨끗하고 튼튼하게 해 주는 한약을 임신기간 내내 처방했다.
반면 “둘째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 보겠다”는 부인의 뜻에 따라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보약을 별로 주지 않았다.
“임신중 보약을 많이 먹고, 두유를 먹여 키운 첫째가 아무래도 성장발육이 더 빠른 것 같다”는게 정 원장 부부의 생각이다.
48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영이는 키가 1m가 훌쩍 넘고, 몸무게는 17㎏이다.
또래보다 큰 편인데, 살이 단단하고 뼈가 굵어 한 눈에 건강함이 보인다. 그러나 아버지나 어머니 정현아(29)씨 모두 몸이 마르고, 뼈가 가는 체형이다.
아침마다 아버지와 등산을 하고,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황귀 당귀 녹용으로 만든 ‘귀룡탕’을 큰 아이는 다섯 첩, 작은 아이는 한 첩을 먹는다.
예방접종을 빼고 소아과신세를 진 적이 없다. 물론 두 아이 모두 고열을 한 차례씩 경험했다.
그러나 해열제 대신 보리차를 먹여 다스렸다. “해열제 처방으로 얻을 수있는 것은 엄마의 안심”이라는 서양의학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정 원장은 해열제를 먹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머니 정씨는 이날 저녁으로 조, 콩 등을 섞은 잡곡밥에 콩자반, 김, 장조림으로 지영이 저녁밥을 차렸다.
지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김과 장조림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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