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총재직 사퇴 후 취할 국정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경제경쟁력 강화, 민생안정 실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3대과업과 월드컵 대회, 부산 아시아 경기대회ㆍ장애인 경기대회, 지방자치 선거, 대통령 선거 등 4대 행사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임기 후반에 임하는 ‘낮은 자세’가읽혀진다. 일을 새롭게 벌이기 보다는 그 동안의 정책들 중에서 잔가지는 치고 중요한 과업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늘상 호언했던 경제회복 대신 경쟁력 강화라는 표현을 쓴 것도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읽힌다.
임기후반의 낮은 자세는 총재직 사퇴와 궤(軌)를같이 하는 것으로 갈등과 혼돈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실성도 돋보인다. 일류 국가 건설 등의 막연한 구호 대신 4대 행사를 구체적으로 적시, 어디에 국가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지를 제시했다.
사실 88 서울 올림픽에 전력투구했던 과거 정권의 경험에 비교하면, 월드컵에 임하는 지금의 응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경제적ㆍ정치적 도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4대 행사로 집중의 대상을 좁힌 것은 현실적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처방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폭력과 불안으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3대 과업 중 민생안정이 있지만 이는 다분히 경제적 안정에 치우친 측면이 많다. 최근 민주화와 인권의 강조로 공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면서 조직폭력이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한 폐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4대 행사가 안정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폭력과 무질서로부터의 위협 제거는 필수 조건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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