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장래는 물론 나라 전체의 미래를 정함에 있어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파탄 일보직전에 이른 중등교육의 실상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학부모는 막대한 교육비를 감당하면서도 자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찾아주지 못해 불만이며, 학생은 입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교사는 빈번한 교육제도의 변화 앞에서 가르칠 의욕을 잃고 있다.
대학은 해마다 저하되는 신입생의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재교육이라는 추가 부담을 떠안은 지 오래 되었다.
제대로 된 교육은 청소년을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킬 뿐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공헌한다.
교육은 또한 공평한 기회 아래서 이루어지는 경우 불평등완화에 크게 공헌한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은 자원의 낭비를 가져옴은 물론 불평등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현재 우리 나라는 국민소득의 10%를 넘는 자원을 공·사교육비로 쏟아 넣고 있어 상대적 규모로 볼 때 세계에서 교육투자에 가장 앞장 선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등교육 특히 고교 교육은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며, 공교육 붕괴는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불러와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육만은 제대로 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조국을 등지고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에 나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겠는가.
고교 교육을 파탄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중등교육 평준화 정책에 있다.
30년이 넘게 시행되어온 획일적 평준화제도가 학생을 입시경쟁에서 해방시키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임으로써 빈부격차를 완화하겠다던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개혁을 표방하며 추진했던 갖가지 교육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것도 문제의 큰 줄기인 평준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곁가지만 건드려왔기 때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평준화정책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서 사립학교에 대해 교육과정, 수업료, 학생선발 등에 걸쳐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을 진정한 사립학교로 거듭나게 하는 한편, 현재의 중등교육 예산을 전액 공립학교에 투입함으로써 수준 높은 공립학교를 육성하도록 제안한다.
제대로 된 사립학교가 출현한다면,학생과 부모는 높은 수업료를 내고서라도 원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적합한 학교를 선택할 것이고, 학교는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여 보다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건전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소득의 7%에 달하는 사교육비의 많은 부분을 학교교육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크게 공헌할 것이다.
이는 또한 공립학교를 충실하게 만드는데에도 결정적으로 공헌할 것이다.
가령 학생의 40%가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경우, 공립학교를 선택한 나머지 60%의 학생에 대해 현재의 교육예산을 그대로 투입한다면 공립교 재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금보다 67%나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늘어난 예산을 가난한 학생에 대한 무상교육과 교사처우개선 그리고 시설개선에 집중 투입한다면, 공립을 선택한 다수의 학생을 무상교육 시키면서도 사립학교를 능가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립학교를 만들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립학교의 진정한 '민영화'와 그로인해 가능해질 공립학교의 내실화는 거리로 내몰린 학생을 학교로 불러들여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공헌함은 물론 교육의 질적 성과, 특히 선별기능을 강화함으로써입시경쟁의 부담도 완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는 분명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자립형 사립학교의 도입을 거부한 데에서 보듯, 평준화 정책을 고수한다면 공교육 붕괴현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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