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6차남북 장관급 회담이 막판까지 진통 끝에 회담일정을 하루 더 연장했다고 한다.쌍방이 무엇인가 결실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평가한다.
하지만 진통의 이유가 북측이 남측의 비상경계조치를 문제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
비상경계조치는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테러 여파가 우리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는 우리내부의 대비책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내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인류의 축제를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우리 내부적인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우리 내부적인 문제에 까지 시비하는 것은 그야말로 월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측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회담장소를 금강산으로 양보 했으면 북측도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 도리다.
거기에다 남측은 4차 이산가족 교환 방문 장소를 금강산으로 양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상경계조치 해제를 끝까지 이산가족문제 등과 결부시키는 처사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당당하게 북측의 주제넘는 요구를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대표단은 과거처럼 북측에 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여론의 지탄을 면키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줄 안다.
우리의 입장을 정정당당하게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회담으로 미루는 의연함도 필요하다.
대북 식량지원 카드 등은 오히려 우리쪽이 쥐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북측의 일방적인 억지에 고개 숙인다면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측이 비상경계 때문에 이산가족 서울교환 방문 행사를 못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우리 내부적인 '다짐'이 어째서 이산가족 교환행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인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개혁 개방 발언도 결코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
그들 스스로가 '천지개벽'이니 '신사고'니 하면서 개혁 개방을 인정하지 않았던가.
최근 북측의 대화자세가 소극적인 점은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만약 그들의 속내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대중 정부와 더 이상 거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 우리의 대응자세도 달라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실질적인 현안을 다음 정권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사업 만큼은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오늘도 고령의 실향민들이 눈을 감지 못하는 사연을 북측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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