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02 한ㆍ일 월드컵에서 불황탈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재계는 월드컵 특수(特需)만 잘 잡으면, 정보기술(IT)침체와 미국의 9ㆍ11 테러사태로 야기된 경영난을 단번에 회복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가장 설레는 쪽은 항공ㆍ여행업계다. 테러사건과 미국의 반(反)테러 보복공격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여행ㆍ관광업계는 내년 월드컵에생존의 승부수를 걸었다. 특히 중국의 본선진출이 확정됨에 따라 중국관광객 확보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은 테러사태이후 고사위기를 맞고 있는 항공업계의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물론 월드컵에 ‘차이나특수’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내달로 예정된 본선조추첨에서 중국팀의 3경기가 한국에서 열려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만약 중국팀 경기를 일본에 빼앗긴다면,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50%의 승률인 셈이다.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중국관광객은 22만명으로 1년전 대비 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중국내 축구열기를감안할 때, 중국팀 경기가 국내에서 열린다면 월드컵 기간중 한국을방문하는 중국여행객수는 최소 6만명(월드컵조직위 추산), 최대 10만명(여행업계 추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응원단만 경기당7,000~2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은 평균 1,242달러. 10만명의 중국여행객이 몰려온다면월드컵으로 인한 추가 관광수입만 1억2,000만달러(1,6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인들의 축구열기와 한국연예인들에 대한 한류(韓流)바람을 연결시켜, 관광유치 마케팅을 펼친다면 그 효과는 무한대로 극대화할수도 있다.
항공ㆍ여행업계 뿐 아니라 호텔과 레저시설 쪽에서도 ‘중국 대목’을기대하고 있다. 중국관광객 10만명이 몰려온다면 대략 5만~7만실이 더 필요하게 된다. 지방도시엔 숙박난이 벌어질수도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호텔이나 여관은 물론 중국인 응원단을 위한 ‘집단 텐트촌’마련도 검토되고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놀이시설 역시 ‘대박’을꿈꾸고 있다.
기업들의 월드컵 준비, 특히 중국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월드컵을 브랜드인지도 제고의 기회로 삼고 퀴즈대회, 스포츠경기 후원 등 다양한 중국 파고들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 등 통신업체들도 중국시장공략을 위한 전시회, 시연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월드컵을계기로 대중문화 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한류돌풍을 일으켜야 한다”고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의 국내 생산유발효과는 7조9,000억원. 관광수입만도 4억4,000만달러에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코리아’ 이미지 확산으로 기업들이 누리게 될 간접적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광고효과까지감안하면, 월드컵 특수는 금액으로 환산키 어려운 과실을 안겨줄 것이란 분석이다.
현 경기침체의 저점통과 시점은 대략 내년 상반기. 바로 이 시기에 월드컵이 열린다. 잘만 활용한다면 월드컵은경기의 바닥탈출에 더욱 힘을 실어줘 국민경제 전체를 새로운 상승국면으로 유도하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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