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10분 서울대학로 문예회관 지하 연습실.낯익은 연극배우 윤소정(57)과 정동환(54)이 70평 남짓한 냉랭한 마룻바닥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극단 물리가 15~22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배장화 배홍련’(정복극 원작ㆍ한태숙 연출)에서 남녀 주연을 맡은 것이다.
1979년 극단 뿌리의 ‘부도덕행위로 체포된 어느 여인의 증언’ 이후 22년 만에 한 무대에 서게 됐다.
“벌써 그렇게 됐어요? 2, 3년 전 일 같은데. 안 그래요? 윤 선생님.”(정동환) “22년이면 굉장히 긴 세월인데 동환씨는 예전 그대로야. 그런데 왜 그 동안 한번도 같이 연극을 안 했지?”(윤소정)
두 사람은 연극계에서 친남매처럼 지내는 사이로 유명하다.
극단 뿌리 창단 때부터 지금의 물리까지 25년 이상을 같은 극단에서 생활해왔다.
정동환은 “호흡이고 뭐고 따질 새 없이 서로 연기가 녹아 든다”고 말한다. “1970년대 중반인가 드라마센터에서 ‘초분’을 공연하고 있을 때 객석의 한 남자와 눈길이 마주쳤지. 막 제대한 듯한 까무잡잡한 얼굴의 남자. 그 후 내가 ‘부도덕…’의 파트너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동환씨야.”(윤소정)
같은 날 오후 4시 10분 문예회관 옆 커피숍. 두 사람은 모처럼 연극과 인생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화두는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배장화 배홍련’이었다. 장화와 홍련의 성이 배씨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참으로 상징성이 많은 연극이에요. 장화와 홍련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이 과연 계모(윤소정 분)와 그 아들에게만 있는 것인지,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아버지 배무룡(정동환 분)과 이기적인 장화ㆍ홍련에게는 잘못이 없는 지 묻는 연극입니다.”(정동환)
“우리 인생 자체가 양면성을 갖고 있지요. 보이지 않는것을 보이게 하는 것, 이것이 연극이 해야 할 일인 셈입니다.”(윤소정)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내 연극계로 넘어갔다. 정동환은 “만석을 기록한 연극도 본전을 못 건지는 게 현실이지요. 배고픈 현실 속에서도 무대에 올라 땀을 흘리는 게 연극배우의 숙명적인 삶 같습니다”라고 했고, 윤소정은 후배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그리고 “내일 또 연습실에서 보자. 계속 숨을 쉬는 연극을 해보자”며 두 사람은 헤어졌다.
월~목 저녁 7시 30분, 금ㆍ토 4시ㆍ7시 30분, 일 4시. (02)765-5475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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