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뉴라운드 농업분야 협상이 농산물 수출국들의 강한 압력에 직면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우리나라를 비롯, 유럽 국가들은 농산물 시장을점진적으로 개방하자는 입장인 데 비해 호주,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농산품도 공산품처럼 무역자유화를 실시해 관세를 낮추고정부 보조금을 전면 삭감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쌀시장 개방을 유예받았던 우리나라의 ‘농업개도국’ 지위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여 뉴라운드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후속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 정부 수석대표인 황두연(黃斗淵)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인 케언즈그룹의 농산물시장에 대한 급진적인 자유화(개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입장이 유럽 등 나머지 NTC(농업의비교역적 기능)그룹에 비해서도 불리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산물 수출국 모임인 케언즈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정책자금 지원 등 정부허용 보조금의 애매한 표현과 쌀 등 특정 작물의 예외를 규정한 부속서5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아 농업분야의 보호주의적 장벽의 완전철폐를 주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튜어트 하빈슨 WTO의장은 각료선언문 2차 초안에서 관세 감축과 시장 개방 등 협상 범위와 원칙과 관련,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가들의 입장인 ‘단계적(Progressive)’이라는 표현 대신수출국이 주장해 온 ‘대폭적(Substantial)’이라는 표현을 채택, 이 같은 위기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와 공동 보조를 취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NTC그룹 멤버인 유럽연합(EU)도 최근 식량안보가 선진국 농업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선회, 우리측 입지를 좁히고 있다.
농산물 관세 인하는 구멍가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농가에 당장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농산물 산업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쌀 시장 개방 압력을 우려하고 있다.
쌀 시장 개방문제는 2004년 미국등 쌀 수출국과 재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뉴라운드에서 채택될 각료회의 선언문이 향후 쌀 협상의 강도와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세계에서 쌀에 대해 관세화를 유예받을 수 있는 농업개도국은 우리나라와 필리핀등 2개국 밖에 없다.
아무리 높은 관세를 매기더라도 우리나라보다 3~5배 이상 싼 외국 쌀들이 유입될 경우 국내 농업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외국 쌀을 조금씩 더 사주는 조건(최소 시장접근)으로 2004년까지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쌀 협상에 대해 정부는 일단 시장개방 반대, 즉 2005년 이후에도 관세화 유예조치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 이상 쌀 시장 개방의 큰 물결을 피해가기 힘든 데다 관세화를 피하려다 최소 시장접근 물량만 키우거나공산품과 서비스 등 다른 분야 협상에서 발목이 잡히는 등 더 큰 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관세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황두연 통상교섭 본부장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우리측 수석 대표인 황두연(黃斗淵)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교체 수석인 정의용(鄭義溶) 제네바 대사는 8일 밤 카타르 도하 라마다호텔에서 첫 기자브리핑을갖고 “농업 및 반덤핑 협상에 역점을 두되, 투자 및 경쟁 정책 협상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국익에 최우선을 두고 의제별로 우리의 특수 상황이 고려되도록 하겠다”며 “특수 상황이란 WTO 출범 이후 우리가 100건 가깝게 당한 반덤핑문제 등을 지칭하며 반드시 협상 안건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농업에서도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을 감안해야 하며 급진적인 개혁으로 오히려 자유화가 늦어질 수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회담 분위기를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대사는 “제네바 분위기로는 뉴라운드가 출범되지 않을 경우의 부정적 메시지를 두려워하고 있어 출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며 “반면 농업분야 초안의 경우 케언즈그룹과 NTC그룹 간의 균형을 깨기 쉽지 않을 전망이고 반덤핑도 미국의 반대가 심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또 “서비스 부문은 현재 협상지침이 나와 있고 선언문 초안에서도 재확인했지만 농업은 이번에 선언문에 집어넣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황 본부장은1999년 시애틀 회의때보다 뉴라운드 출범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점친 뒤 “뉴라운드가 출범되면 향후 협상은 4∼5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전망했다.
■뉴라운드의 새이름은?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가 산고를 겪고 있는 ‘옥동자’의 이름은 뭐가될까.
우선 현재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는 ‘뉴라운드(New Round)’는 새로운 라운드라는 뜻에 불과하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의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지난 1995년 출범한 WTO가 처음 다자간 무역규범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라운드’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WTO 의장 초안 어디에도 뉴라운드라는 표기가 없는 것과 외신들의 표현에도 영문 이니셜이 대문자로 표기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례상 새로운 라운드의 이름은 UR의 예에서 보듯 개최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개최국이나도시의 이름을 붙인다.
이 경우 ‘도하 라운드’ 혹은 ‘카타르 라운드’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 각료회의의 경우 99년 시애틀 각료회의 이후 개발도상국의 발언권이 강해진 만큼 개도국그룹이 주장해 온 ‘새로운 개발의제(New Development Agenda)’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이 붙여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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