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9일 가지려던 기자회견을 8일 오후 전격무기 연기, 자신의 거취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권 전 최고위원측은 이날오전까지만 해도 기자회견 강행, 장기 외유 및 마포사무실 폐쇄 불가 방침을 버리지 않았었다. 오전에 개혁그룹의 두 표적 중 하나였던 박지원(朴智元)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이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권 전 최고위원 자신이 일절 외부 인사들과의 연락이나 접촉을 끊고 잠행에 들어갔다.
한 측근은 “권 전 최고위원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지켜 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오후 8시께는 권 전최고위원 명의의 보도자료가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 배포됐다. “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전개에 따라 9일 기자회견을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짜를 거론하지 않아 사실상 기자회견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
권 전 최고위원은 특히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미 밝힌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아 확대 해석의 여지를 차단했다. 측근들도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박 수석의 사퇴로 국면이 전환되지 않겠느냐”면서 권 전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이 잠재워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여권 안에서는“시차는 있겠지만 결국 권 전 최고위원도 김 대통령, 박 수석처럼 ‘정치적 책임’을 지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여전하다.
마포 사무실 폐쇄와 함께, 당장은 아니더라도 “떼밀려서 간다”는 시각이 사라질 때를 기다려 외유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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