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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수석 퇴임 "비서는 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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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수석 퇴임 "비서는 입이 없다"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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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입이 있지만 비서는 입이 없다.”8일 사표가 수리된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청와대를 떠났다.

입이 없다고 가슴에 쌓인 말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 개혁모임의 인적쇄신 요구에 따라 물러난 박 전 수석은 몸을 던져 일해온 저간의 사정에 대해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 전 수석의 한 측근은 “대통령 바로 옆에서 권력을 행사했지만 그에 걸맞게 헌신해 왔다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력이 집중되면 상응한 역풍이 뒤따르듯 그에게는 비판의 화살이 쉴새 없이 날아 들었다. 언제라도 대통령과 독대가 가능한 최측근으로 공인되면서 얘기가 많아졌다.

박 전 수석측은 이를 시기로 치부했고, 주변에서는 구설수라고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 때 일부 언론의 표적이 됐고,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인의 장막의 핵심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의 곁을 떠나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김 대통령을 11년 동안 모셨던 게 인생 일대의 영광”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1984년 미국에서 망명중인 김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박 전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각별했다. 김 대통령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준비회담을 당시 문화부장관인 박 전수석에게 맡긴 것은 단적인 예다.

그는 1987년 대선 당시 15년간의 이민 생활로 쌓은 사업기반을 미련 없이 뒤로한 채 DJ 캠프에 합류했고, 1992년 대선에서 수석 부대변인으로 대통령의 ‘입’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재치와 순발력, 그리고 성실을 바탕으로 4년1개월간의 최장수 야당 대변인을 지냈다.

이어 1997년 정권인수위 대변인, 1998년 청와대 공보수석, 2000년 문화부 장관 등을 역임, 권력의 핵심에 섰다. 청와대 시절에는 대통령이 하루 중 가장 먼저 만나는 참모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문화부장관 재직시 터진 ‘이운영 스캔들’ 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으며, 국회 청문회에도 출석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올 3월 개각에서 그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기용, 신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리더와 측근간의 관계가 희미해져 가는 요즘의 정치문화 속에서 김 대통령과 박 전 수석의 관계는 정치적 측면에서나 인간적 측면에서 또 다른 유형으로 평가될 것 같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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