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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세대교체'의 역량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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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세대교체'의 역량을 보여라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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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8일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여당 총재직을 맡고 있는 대통령이 차기대통령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 총재직을 사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차기후보가 선출된 지 2~3개월 후, 대선을 치르기 3~4개월 전에 총재직을 내놓았다.

통상적으로 내년 여름 쯤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던 일이 갑자기 앞당겨지자 정국의 흐름이 급 물살을 타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해 온 민주당은 리더십 공백을 시스템으로 메우기 까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대선후보 경쟁에 나선 주자들이 '고삐 풀린 말'처럼 뛰기 시작하면 당이 뿌리 채 흔들릴 위험도 있다.

민주당 역시 한국정치의 일부인 이상 갑자기 한국정치의 수준을 뛰어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의 혼란을 오래 참지 않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떠난 민주당이 어떻게 굴러가느냐를 지켜보면서 국민은 '세대교체'의 역량을 평가할 것이다. 지금 대선후보 경쟁에 나선 사람들은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겉으로 대선후보를 표방하지만 사실 그들의 속셈은 저마다 다르다. 대선후보 자체가 목표인 사람도 있고, 당권이 목표인 사람도 있고, 세를 불려 다른 후보와 타협하려는 사람도 있다.

민주당이 기필코 대선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야당이 될 경우까지 예상하며 당권을 쥐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50대라는 것이다. 한화갑 의원은 62세지만, 다른 주자들은 대개 50대 초반이다.

'세대교체'는 오는 대선에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슬로건이다.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젊은 정치'라는 깃발로 돌파해 볼 만 하다.

지금 뛰고 있는 민주당 주자들이 스스로를 차별화 할 수 있는 길은 '젊은정치'를 내세우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젊은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나이만 젊을 뿐 이해관계에 대응하는 수법은 선배들과 다를 바 없었고, 개혁모임은 많았지만 당을 개혁 하기에는 의지도 능력도 역부족이었다.

이제 절대적인 총재가 당을 떠났으니 자신들이 주장해 온 민주정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

대선후보가 되려고 뛰는 사람들은 먼저 게임의 룰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키면서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각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전당대회 시기, 총재와 후보 선출, 지도체제 구성 등에서부터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대선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양보와 타협 없이 민주정당이 될 수는 없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당의 개혁을 통해 젊은 세대의 역량을 보여 줌으로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큰 결단을 내렸다. 어느 대통령이나 임기 말에는 레임덕에 신경을 쓰고, 차기후보가 결정된 후 까지도 레임덕의 가속화를 우려하여 총재직 사퇴시기를 저울질 하기 마련인데, 그는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총재직을 던졌다.

한나라 당은 과반수에서 1석 모자라는 의석을 갖게 되고, 자민련과의 공조마저 깨지고, 민주당은 선거패배 후유증으로 표류하는 마당에 그가 민주당 총재직을 유지해 봤자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오늘의 여당은 대통령에게 야당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였다.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총재로서 과거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당의 부담에서 벗어나 국정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의 결심은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재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 그가 총재로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민주당을 떠났지만, 민주당의 미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다. 후배들이 진정한 민주정당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세대교체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가 다시 당인(黨人)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생애 마지막 정당에 대한 남은 책임도 크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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