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교육정책의 모르모트입니까….” “공부 안해도 대학갈수 있다고 해놓고 수능을 무지막지하게 어렵게 내다니, 세상이 미워요.”7일 ‘고난도’ 수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이 교육당국을 향해 퍼붓는 분노의 목소리다. 수험생들은 “특기와 적성만으로 대학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이해찬(李海瓚) 교육정책’의최대 피해자라며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고3 수험생들은 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려 왔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취임한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앞장 서 추진한 ‘교육비전 2002: 새학교 문화창조’의첫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당시 중3생(현 고3 수험생)에게 첫 적용됐던 이 정책은 기존 대입제도의 근간을 뒤집는 대입 무시험 전형, 체험학습 등이 골자. 당시 교육부는 “공부 안해도 특기ㆍ적성한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며 ‘대입 무시험 전형’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후 상당수 학생들은 “공부안해도 대학 간다”는 환상을 품게 됐고, 학업을 소홀히 한 채 각종 봉사활동과 경시대회 등 학교 밖으로 나돌았다.
모의고사 점수대보다 50점 이상 떨어졌다는 서울 K고 황모(18)군은“중3 때부터 외국어 특기자 전형에 대비, 영어공부에만 매달려 토익 940점을 받았지만 (수시모집)외국어특기자 전형에 모두 낙방했다”면서 “어떻게 대학에 가야 할 지 암담하다”고 교육당국을 원망했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도 교육당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을 둔 최모(45ㆍ여ㆍ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아이들이 수업과학과 공부를 등한시하게 하고 공교육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전적으로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
7일 수능시험 감독을 한서울 K중 이모 교사는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인 지 수리영역 시험시작 후 20여분만에 수험생 절반 이상이 시험을 포기하고 엎드려 자더라”면서 “애들이 의지력까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해찬 1세대’들이 겪는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수능성적 발표,각 대학전형, 합격자 발표 등이 남아 있어 표변하는 교육정책을 둘러싼 원망과 비난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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