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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나오지 못할 죽음의 사막 왜 그곳에 도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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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나오지 못할 죽음의 사막 왜 그곳에 도전했을까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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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브루노 바우만 지음ㆍ다른 우리 발행타클라마칸(Takla Makan). 위구르 말 kakkiri(죽음)와 makan(끝없이 넓은 지역)의 합성어.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 고원의 동쪽, 고비 사막의 서쪽, 남으로는 카라코롬산맥과 쿤룬산맥이 치달리고, 북으로는 톈산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후미진 중앙아시아의 거대한 모래 바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인 죽음의 사막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교역로라는 실크로드는 기실은 이 죽음의 사막을 우회하기 위한 길일 뿐이었다.

이제는 영원히 모래 속에 파묻혀 버린 고대의 도시 누란과 미란, 아직도 번성하고 있는 둔황과 카슈가르와 호탄은 타클라마칸을 멀찌감치서 바라보아야 했던 인간들이 그 가까이에 건설한 오아시스 마을이다.

인간은 언제나 이 모래의 바다를 정복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고대의 탁월한 여행자였던 현장 법사가 이미 기록했듯 “이런 바람이 일어나면 사람이고 짐승이고 모두 제 정신을 잃고 망연자실해져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다… 이것은 모두 악마와 요괴들의 짓이다”라는 모래폭풍은 인간의 발길을 거부해왔다.

20세기초의 영국 탐험가 오렐 스타인은 “아라비아 사막은 타클라마칸에 비하면 길들여진 것”이라고 했다.

‘타클라마칸’은 1989년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이 사막을 걸어서 횡단한 오스트리아 탐험가 브루노 바우만의 기록이다.

책의 원제는 ‘카라반은 뒤돌아보지 않는다-타클라마칸 사막에서의 드라마’.

그가 말했듯 사막의 탐험은 언제나 장대한 인간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바우만은 2000년 4월에 또 다른 탐험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105년 전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 갔던 길을 그대로 가보는 것이었다.

누란의 도성지 발견 등 중앙아시아에서 고대문명을 발견한 개척자로 잘 알려진 스벤 헤딘(1865~1952)은 1895년 카슈가르에서 호탄강에 이르는 지역을 최초로 횡단한 인물이다.

그가 남긴 탐험기 ‘아시아의 사막을 지나며’는 극적인 인간 드라마의 표본이다. 헤딘은 4명의 현지인과 여덟 마리의 낙타로 타클라마칸을 건너려 했다.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기후에 극심한 갈증으로 낙타 오줌과 양의 피를 받아 마시다 인간들은 발작하고, 낙타마저 모두 잃어야했다.

헤딘의 책에서 탐험의 꿈을 키운 바우만은 헤딘이 탐험했던 시기와 비슷한 기후조건을 가진 4월에 4명의 동료와 여섯 마리의 낙타로 출발했다.

위성추적장치(GSP) 등 첨단의 장비로 무장한 바우만도 그러나 이 광기의 사막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일 뿐이었다.

역시 모래폭풍에 휘말려 길을 잃고, 끝없는 모래를 두려워하는 낙타의 발길에 채이고, 물 부족으로 사막의 모래를 파내려가면서 그도 두 마리의 낙타를 잃었다.

책은 바우만이 요약한 헤딘의 여정에서 시작해, 그가 왜 사막을 동경하고, 어떻게 헤딘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갈 계획을 세웠으며, 실제 탐험은 어떠했는지를 생생한 컬러 사진과 기록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는 헤딘이 사막에서 사라져버렸다고 기록했던 헤딘의 길잡이 카심이 사실은 사막에서 살아남았으며 그 후손이 살아있음도 밝혀낸다.

바우만은 “사막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풍경”이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묻고 있다.

“헤딘을 사막으로 이끌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 답은 오히려 책 앞부분, 바우만 자신이 탐험의 길로 나아갔던 동기에 숨어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양 오로지 내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안정적인 직업, 가족, 노후에 대한 대책…. 그러나 내게는 지금, 바로 여기가 중요했다.”

진정한 모험은 추위의 정도나 산의 높이, 그리고 야영한 밤들의 날로 헤아릴 수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아와 그 밖의 사물들을 결합해 주는 ‘위대한 조화에 대한 인식’이라는 선배 탐험가(히말라야 최초 무산소 등정가 헤르베르트 티치)의 말을 빌어 바우만은 탐험이란 바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길’이라고 말한다.

모험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아드베니레(advenire)는 바로 ‘도착’, 즉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의미’라고 부연한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탐험의 정신이야말로 인간의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수영 옮김, 1만 8,000원.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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