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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껌딱지군,두건도사는 못 만나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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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껌딱지군,두건도사는 못 만나봤니?"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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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콩이의 이상한 하루갈라진 벽 틈새에, 세면대접착제가 들뜬 부분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살아가고 있다면?

‘달콩이의 이상한 하루’는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은 그림책이다.

마른 멸치에 새 깃털을 달아 ‘멸치 공주’를 만들고, 담배 꽁초에 흰 솜을 붙여 ‘꽁초 도사’를 만들며, 씹던 껌을 주물럭거려 ‘껌딱지 군’을 만들어 낸다.

찰흙으로 만든 인형 달콩이의 머리에는 알약이 붙어있고, 가시돋친 말만 하는 또박이의 입술에는 면도날이 붙어 있다.

키가 10㎝도 안되는 이 조그만 인형들은 신세대 조각가 함진(23)씨의 작품이다.

손톱과 철사, 병 뚜껑, 테이프, 성냥, 치약 같은 생활용품이 그의 손을 거쳐서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형으로 태어났다.

전시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작품세계를 그림책으로 옮겨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동화작가 조은수(36)씨는 함씨의 색다른 작업에 어울릴 만한 이야기를 지었다.

머리에 혹이 난 것을 발견한 달콩이는 혹을 떼줄 수 있는 두건 마법사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그는 여행길에 구두 밑창에 붙어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껌딱지 군을 만나고, 알에서 멸치 공주가 태어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꽁초 도사와 함께 마술쇼에 출연하기도 하고, 사납게 달려드는 번데기에게는 이쑤시개를 들고 맞선다.

두건 마법사가 달콩이의 머리에 달린 감기약 캡슐을 떼 주고 나서야 달콩이는 평온한 잠에 빠져든다.

함씨가 만들어낸 낯설고 신기한 캐릭터는 애당초 너무나 평범해서 눈길조차 가지 않는 사물이었다. 발상을 전환하면 익숙한 일상이 새로운 세계로 창조된다. 단 냉소적인 표현이나 속어가 있어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엄마가 미리 읽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7,500원.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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