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면 괜찮게요. 10만원짜리 어음 끊어주는 서점들도 허다합니다.”‘문방구 어음’이라고 아십니까. 자가 어음 용지에 사인 하나 해서 10만원, 20만원으로 끊어줍니다.
좋은 책 내 보겠다고 출판사 만들어서, 초판2,000부 정도 찍어낸 출판사는 책을 소매서점에 넘깁니다.
그책 값이 현금, 수표가 아니라 어음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10만원짜리 어음, 그것도 6개월짜리도 있답니다. 당장 현금화를 위해서는 할인해서 써야합니다.
5년 전 창업한 출판인 K씨는 “문방구 어음에 아주 진절머리가 나서 어음 끊어주는 서점 하고는 아예 거래 안 한다, 책 한 권 값, 단돈 일만 원이라도 현금주는 곳 하고만 거래한다”고 한숨 섞어 말하더군요.
몇 달 전 문을 연 E출판사사장은 한 지방 대형서점에서 30만원 3개월짜리 자가어음을 받고는 “할 말이 없어져” 그 어음을 돌려주면서 “왜 30만원도 어음으로, 그것도 은행 어음 아닌 자가어음을 주느냐” 물었답니다.
서점은 “신생 출판사여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E사 사장은 “신생 출판사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럴 수 있느냐”고 했더니 서점은 “그것이 우리 관례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물론 서적 소매상의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온라인 서점이 등장한 이후 오프라인 서점의 경영은 말이 아닙니다.
책 값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절반까지도 할인해주는 온라인 서점의 공세에 정가대로 책 값을 받는 오프라인서점이 배겨날 재간이 없지요.
수없이 많은 군소 서점들이 문을 닫는 것이 눈 앞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들 작은 오프라인 서점이 출판사에 책 공급할인율을 더 낮추어달라는 요구도 거셉니다.
소형 서점뿐 아니라 서울의 대형 서점도 50만 원 이상이면 대부분 어음으로 지불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결국 도서정가제 문제로 이어집니다. “요즘책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실제 올해 책 값은 지난해 대비 25~30% 올랐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결국 책을 사서 읽는 독자에게로 피해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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