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창설 53년 만에 첫 여성장군, 여군 장성이 탄생했다.굳이 같은 용어를 되풀이 쓴 것은 국군 장병 가운데 지휘력이 남다른 여성을 장군으로 진급시킨 것인지, 여군의 상징적 기수에게 별을 달아 준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다.
여군 제관은 미리 긴장할지 모르나, TV 드라마 왕건의 여장군 대주 낭자가 유일한 선례일듯 싶은 이 나라 최초의 여성 장군을 행여 남성지배사회의 '꽃 중의 꽃'으로 인식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것이다.
■전ㆍ현역 여군들과 여성계는 여성 장군 탄생이 뒤늦었다고 말할 것이다.
한국전쟁 중 여군의 전신 여자의 용군교육대가 창설된 지반 세기가 지나서야 겨우 스타를 배출했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남군 입장에서는 60만 국군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군 2,700명에게 귀한 별 하나가 돌아간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올해 육군의 준장 진급자가 모두 51명이니 여군 비중을 훨씬 넘는 몫을 넘겨줬다고 여길 수 있는것이다.
이런 생각은 군 내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흔히 가질 법하다.
■여성 장군배출은 여성 문제에 의욕을 보인 통수권자의 의지가 작용했다. 이를 군 조직의 특성을 무시한 독단으로 볼 일은 결코 아니다.
여성의 평등한 기회 보장을 위한 성차별 장벽 허물기는 현실을 뛰어넘는 정책적 배려가 필수적이다. 남성이 독점하던 군 조직의 차별 장벽을 해소하는 데 여성 장군 배출은 뚜렷한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제 정작 중요한 것은 별 하나의 상징성을 실질적 차별 해소로 이어가는 과제일 것이다.
■군이 전투병과 대령 2명을 배제하고 간호 장교를 진급시킨 것에서 남성 영역 고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여군은 장교와 부사관만으로 이뤄진 한계가 있지만, 사관학교 문호가 개방돼 여성 전투 조종사와 함정 승무 여사관까지 나왔다.
특전사 여군 부사관 선발 경쟁률이 80대 1에 이를 정도로 남녀 역할 구분이 사라지는 세상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관 여생도들이 신체 특성을 무시한 훈련과 편견에 시달리고, 여군학교 폐지 여부가 논란되는 상황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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