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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스갯소리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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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스갯소리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뭘까

입력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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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내가 우스개를 하고, 당신이 웃음으로 화답해 줄 때…!

이 순간의 유쾌함을 사랑하는 것은 무거운 주제를 좇는 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칸트 미학의 대가 테드 코언 시카고대 교수는 “18세기 회의주의자들이 제기한 초록빛 화두(초록색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색으로 보일까라는 회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우스개가 안 통할 때는 머리를 쥐어뜯고 고민한다”고 말한다.

근엄한 학회에서도 동료들의 우스개를 듣고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웃다가 ‘이러다 제명당하는것 아닐까’ 걱정했다는 우스개 애호가 코언이 ‘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원제 ‘Jokes: Philosophical Thoughts on Joking Matters’)을 발간하며 칸트만큼이나 자신을 매혹시킨 ‘우스개’를 본격적인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저자는 상황과 배경, 이야기 구조를 가진 수많은 우스개(joke)를 예시해 책을놓을 수 없게 한다. 멈춰 선 자동차를 고치려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공학자가 말한다.

“그게 아냐. 일단 열려 있는 윈도를 모두 닫아.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 돼.” (컴퓨터에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웃을 수 있는 우스개) 전구 하나를 갈아 끼우는 데 페미니스트 몇 명이 필요할까? 대답은 여섯 사람이다.

한 사람은 전구를 갈아 끼우고, 세 사람은 소켓의 입장에서 전구의 행동을 성토하고, 한 사람은 내심 자기가 저 소켓이었으면 하고, 마지막 한 사람은 자기가 전구였으면 하고 생각한다. (전구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우스개)

코언은 이런 농담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를 추적하며 친교의 유통수단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도구로서의 농담의 역할에 주목한다.

또 우스갯소리가 책임회피의 수단으로 과용될 때 그 타당성을 잃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하지만 코언이 도입부에서 공언하듯 이 책은 우스개에 대해 섣부른 이론화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저 함께 웃는 순간 느껴지는 공동체적 충족, 공포스런 대상에 대한 우위 확보, 편견과 권위에 대한 시원한 한 방에 대해 감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스개 때문에 평생이 유쾌했던 한 노철학자가 우스개에게 바치는 경의이다.이소출판사, 8,000원.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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