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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챔프반지 낀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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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챔프반지 낀 김병현

입력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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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야구를 새로 보게 된 게 아니라 인생이 달라 보이더군요.”김병현(22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구단 직원은 물론이고 집이 있는 애리조나주 메사 근처 슈퍼에만 가더라도 그를 몰라보는 사람이 없단다. 동포나 미국인에 상관없이 그들이 건네는 첫 마디는 “자신감을 잃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것이다.

또 김병현이 잘 했을 때 칭찬 한마디 없던 동료들도 어깨를 툭 치며 격려하는 게 일상화됐다. 바로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월드시리즈 4, 5차전 9회 2사후 역전의 빌미가 되는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은 김병현의 모습을 보고 동정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 김병현은 말수가 적어 동료들과 어울리기 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인터뷰를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사진기자가 촬영을 하려고 하면 자리를 피하려 한다. 동양인 최초로 ‘꿈의무대’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은 ‘스타’답지않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두번째로 작은 키(176㎝)로 마운드에 설 때면 더더욱 작아보인다. 하지만 볼을 손에 쥐는 순간 180도 변신한다.

김병현은 시속 150㎞를 웃도는 직구와 볼 끝이 방울뱀처럼 변화가 심한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거 강타자들을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운다.

“그때는 정말 무슨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요란한 양키스 팬들의 함성도 전혀 안들렸고, 1루수 마크 그레이스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요.”

월드시리즈의 폭풍이 지나간 후 만난 그의 얼굴엔 아직도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다행이 국내팬들이 걱정하고 있는 절망감은 결코 느낄 수 없었다.

_동료들이 보이(boy), 키드(Kid)로 부르는 게 싫지 않나. 특히 홈런2방을 허용한 후 그런 표현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솔직히 요즘은 조금 헷갈린다. 전에는 볼에 대한 자신감이 워낙 커서 아직 어리다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내가 진짜 어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_지난 해와 올 해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경험이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한 시즌을 소화했고 올해는 그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다가 후반기 볼 끝이 갑자기 떨어졌던 실수도 반복하지 않게됐고,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때 체력관리나 투구내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원래 미국 음식을 잘 못먹었는 데 막상 먹어보니까 맛이괜찮았다. 그런 것도 달라진 점이다.”

_정규리그 때와 포스트시즌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정규리그 때는 항상 내일 또 등판할지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힘을 아낄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특히 월드시리즈는 무조건나가는 순간 죽을 힘을 다해 던져야 한다. 내일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_국내 전문가들은 폼이 조금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솔직히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대신 지난 1년동안 특급투수들의 투구폼을 유심히 관찰했다. 원래 눈썰미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인데 그대로 따라 해 보고 내 스타일을 만든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_랜디 존슨을 비롯한 동료와 봅 브렌리 감독이 최근 공식, 비공식 인터뷰를 통해 김선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고, 홈런을 허용한 후에도 계속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존슨은 원정경기 때 내 옆 라커룸을 쓴다. 존슨의 등번호(51번)가 나(49번)와 비슷해 원정팀에서 그렇게 배치하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 서로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존슨은 팀의 최고참 뻘이고 나는 막내다. 한국에서도 그 정도 차이면 감히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관계 아닌가.

포수 밀러는 내게 볼이 좋기때문에 다양한 구질을 던지려고 하지 말고 패스트볼,슬라이더로 승부해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식당에 데리고 가서 식사를 함께 한 동료는 외야수 대니 바티스타 정도다.”

_우승 보너스가 37만달러가 나올 텐데. 어디에 쓸 생각인가.

“아직까지는 아무 계획이 없다.”

_내년에 연봉이 오르면 집을 옮기거나 차를 바꿀 생각은 없나.

“돈 때문은 아니지만 집을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구장에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스코츠데일에 방 3개, 주차장 2개, 풀장 1개가 딸린 단독주택을 올해 초 32만달러를 주고 샀다.

그런데 너무 멀고 혼자 살기엔 커서 야구장 근처 작은 집으로 바꾸고 싶다. 차도 원래 벤츠320을 몰고 다니다가 중고차 시장에서 맘에드는 차(벤츠CL500)를 발견해 얼마 전에 바꿨다.”

_연봉은 구체적으로얼마나 원하나.

“월드시리즈 정산과보유선수 명단 등을 확정하려면 일단 12월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때 협상을 하더라도 곧 윈터 미팅이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아니다.”

_아직도 선발 전향에미련이 남아있나.

“선발은 꼭 한번 해보고싶다. 그렇지만 팀 사정이 곤란하면 어쩔 수 없이 마무리로 뛰어야 하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_혼자있는 시간이 많을텐데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나.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하루 평균 10~12시간 정도 잔다. 3차전을 앞두고 전날 새벽 도착하자 마자 동료들이 세계무역센터 참사현장을 다녀온다고 하길래 호텔에서 그냥잤다. 집에 서라운드 시설을 갖춘 오디오를 설치해 놓고 한국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디제이 덕의 ‘슈퍼맨의 비애’, 이정현의 ‘와’ ‘바꿔’,엄정화의 ‘페스티발’ 등 한국 유행가를 등판할 때 마다 틀어달라고 구단에 부탁하기도 했다.”

_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평생 야구를 하더라도 못 겪을 일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그냥 푹 쉬고 싶다.”

_한국 팬들이 많이 안타까워 했는데.

“예전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선배들의 야구경기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이해가 가고, 변함없이 격려를 보내줘 고마울 따름이다.”

_외신들이 결정적인 홈런 충격으로 내년 시즌이 염려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했는데.

“나를 믿어줬던 사람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뛸 생각이다. 스프링캠프 때 몸을 만들어 올 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

●김병현 프로필

생년월일 1979년 1월21일(음력)

출생지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학력 광주 수창초등_무등중_광주일고_성균관대

가족관계 김연수(52) 최옥자(48) 1남 3녀중 둘째

경력 99년 3월 계약금 225만달러(역대 6위)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입단

99년 5월30일 데뷔전인 뉴욕 메츠전에서 첫 세이브

청소년대표(고1,2) 국가대표(대학1,2년)활약

98년 방콕 아시아경기 금메달

피닉스=정원수

■김병현에 관한 몇가지

스타 기질이 없다고 해야 하나. 김병현은 매스컴에 얼굴이나 자신에 대한 얘기가 드러나는 것을 무척 꺼린다. 그래서 일부 부분에 대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곤 한다. 본인에게직접 확인을 해봤다.

영어

벅 쇼월터 감독 시절 김병현에겐 항상 한국인 통역이 붙어 다녔다. 하지만 올해부터 통역은 사라졌다. 구단에서 판단할 때 통역이 없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김병현이 유창하게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장면을 보긴 드물지만 동료 및 감독과의 대화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않을 정도다.

외신은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5차전서 투런홈런을 맞은 다음 날 “BK는 어젯밤에도 평소 때처럼 잠을 많이 잤다”고 비아냥거렸다. 실제로 김병현의 하루 수면량은 평균 10~12시간 정도. 김병현은 많이 잘 때는 14시간까지 잔다고 한다. 동료들이 월드시리즈우승 축하파티로 정신이 없는 경황에서도 김병현은 “잠을 자고 싶다”고 말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I.Q.

김병현에게선 커트실링처럼 상대 타자에 대해 분석하고 기록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전혀 무방비 상태로 타자로 맞닥뜨릴까. 꼭 그런 것 만도 아니다. 김병현의 아버지 말에 따르면 학교다닐 때 김병현의 아이큐는 항상 140이상이 나왔다고 한다. 과신은 금물이지만 이쯤되면 스카우팅북이 머릿속에 정리된다고 봐야되지 않을까.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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